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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별' 본 최광식 "독립 영화 지원 늘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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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들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냥 한 인간으로서 많은 걸 보여줬습니다. 앞으로 이런 독립 영화에 대한 지원을 더 늘려가겠습니다. "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CGV에서 장애인 부부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을 본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말이다. 최 장관은 독립 영화 지원 방안을 모색하려 마련한 이날 시사회에서 독립 영화 제작 지원 확대와 상영관 확보 등을 약속했다.
'달팽이의 별'은 척추 장애를 가진 아내 김순호(50)씨와 시청각장애인 조영찬(42)씨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는 지난해 11월 '제24회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으면서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달팽이의 별' 제작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주인공인 순호씨와 영찬씨가 촬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동정의 대상이 되기 싫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달팽이의 별' 감독 이승준씨는 이들 부부를 찾아가 설득을 계속했다. 이씨는 '기존 다큐멘터리처럼 장애를 극복하는 내용을 담을 생각은 없다' '시청각 중복 장애인은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인데 이런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한다'는 말로 끝내 순호씨와 영찬씨의 허락을 받아냈다.
어렵게 시작한 촬영인만큼 이씨는 촬영 기간 2년 동안 작은 부분 하나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 한국 다큐멘터리 촬영 현장에선 잘 안쓰이는 붐 마이크를 활용하고, 사운드 팀을 따로 불렀다. 편집 과정에선 또 레바논에서 편집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지인의 도움을 받는 한편 배경 음악과 효과음을 넣는 과정에서는 핀란드 전문가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달팽이의 별'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건 이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3월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달팽이의 별'은 일반 버전과 배리어프리(Barrier-Free) 버전을 동시에 선보인다.

배리어프리 영화란 시각 장애인이나 청각 장애인을 위해 자막과 음성을 따로 넣어 만든 영화다. 한국 영화 가운데 일반 버전과 배리어프리 버전이 동시 개봉하는 것은 '달팽이의 별'이 처음이다.

이씨는 '달팽이의 별'의 배리어프리 버전을 준비하면서 직접 자막용 원고를 썼다. 대부분의 배리어프리 영화는 전문가가 원고를 쓴 뒤 감독이 감수를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달팽이의 별'엔 이씨만의 애정과 관심이 더 담겨있는 셈이다.

시사회를 마친 이씨는 "'달팽이의 별'을 만든 이유가 시청각 중복 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려는 것은 아니었다"면서 "'장애'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인공인 순호씨와 영찬씨가 영화를 보고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독립 영화가 많아지려면 촬영 진행 단계에서 투자를 논의할 수 있는 '시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이와 관련해 독립 영화 지원 확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 해에 70~80편 정도의 독립 영화가 나오는데 이 가운데 빛을 보는 건 극히 소수"라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독립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제작 지원은 물론 배급에 대해서도 지원을 크게 늘리겠다"고 했다.

최 장관은 이어 "독립 영화 상영관을 확보하는 것도 큰 문제인데, 개별 영화관과 별개로 지역 영상센터나 문화원을 활용해 상영 지원을 할 계획"이라면서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딘 배리어프리 영화도 유심히 지켜보면서 차차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달팽이의 별'. 여기서 달팽이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시청각장애인을 상징한다. '안녕하세요'라는 말 한 마디를 전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고, 시각이나 청각 대신 촉각에만 의지해야 하는 시청각장애인과 달팽이는 꼭 닮아있다. 다음 달 말 우리 곁을 찾아오는 '달팽이의 별'에선 소설가를 꿈꾸는 영찬씨가 직접 쓴 내레이션도 만나볼 수 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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