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애플 빼고 시장 분석하는 이유
독보적인 애플 실적 빼야 정확한 시장분석 가능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최근 월가가 애플을 제외한 시장 분석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너무 좋은 애플 실적 때문에 마치 시장 전체 실적이 좋은 것처럼 오해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애플의 비중이 너무 커져 시장 분석을 흐리고 있다며 애널리스트들이 전체 미국 기업의 건전성을 제대로 살피기 위해 애플을 배제한 시장 분석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5일 보도했다.
UBS의 조나단 골럽 수석 투자전략가는 이달 초 분기 실적 보고서를 2개의 다른 버전으로 제출했다. 하나는 S&P500 내에 애플을 포함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애플을 빼고 분석한 보고서였다.
골럽은 시장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 애플을 빼고 분석했다고 밝혔다. 실제 결과 차이는 놀라웠다.
지난해 4분기 S&P500 지수 구성 기업의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6.6% 증가했다. 하지만 애플을 뺄 경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8% 증가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익률을 비교했을 경우 애플을 포함시켰을 때에는 0.05% 늘어나는 반면 애플을 빼면 오히려 0.22%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애플 순이익을 반영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성패가 정반대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순이익은 131억달러였는데 이는 S&P500 전체 기업 순이익의 6%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골럽은 보고서에 대한 반응이 2년 반만에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캐피탈, 웰스파고의 투자전략가들도 골럽처럼 최근 애플 효과를 뺀 보고서를 내놓았다.
애플의 기여도는 기술주로 한정할 경우 더욱 커진다. 골드만삭스의 투자전략가 데이비드 코스틴 분석에 따르면 기술주 기업의 순이익은 지난해 4분기 21% 늘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애플 순이익을 제외할 경우 순이익은 약 5% 줄었을 것으로 집계됐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배리 냅 수석 투자전략가는 애플의 이익은 실제이고 주주들에게도 실제로 수익이 돌아가지만 추세나 다른 기업들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애플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월가에서 이번처럼 특정 기업을 제외하고 배제한 보고서를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월가에서는 IBM과 제너럴 모터스(GM)를 뺀 분석 보고서가 만들어진 바 있다.
1985년에 IBM이 S&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4%로 현재 애플이 S&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 3.8%보다 훨씬 높았다.
1980년 이후 S&P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애플보다 컸던 종목들은 IBM과 GM 외에 마이크로소프트, 엑슨모빌, AT&T 등 5개였다.
현재 나스닥100 지수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6.6%에 이른다. 나스닥100 지수의 시가총액은 2조8000억달러인데 이중 애플의 시가총액이 4750억달러다. 나스닥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구글, 인텔, 아마존닷컴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
2007년 이후 S&P500 지수는 5% 하락했는데 애플 주가는 500%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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