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님이 자꾸…" 직장 성희롱 실태 보고서
인천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 지난해 상담건 중 26.9%가 성희롱 관련 상담...20대 초반~30대 중반 젊은 여성들이 주로 상담...가해자는 대부분 상사나 사장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1. 20대 초반의 여성 A씨는 지난 2010년 노무사 사무실에 사무직으로 취직했다가 '실장'에게 수시로 성희롱을 당했다. 입에 담기 거북한 말을 듣는 것은 물론 안마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싫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는데도 자꾸 안고 만지려고 했다. 결국 A씨는 사무실을 그만두고 말았다. A씨는 "그 일을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나고 생각하기 싫지만 자꾸 생각이 나서 불안감과 불안 증세에 잠을 잘 청하지 못하고 우울, 울분증세와 구토증상에 시달리기도 한다"며 "안정된 직장으로 처음 취업한 곳에서 이런 일을 당해 이후 취업에 대해서도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2. 50세 여성 B씨는 300인 규모의 제조업체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근무하던 중 원청업체 직원으로부터 성희롱ㆍ성추행을 당했다. 원청업체 직원이 "사귀자"며 추근대더니 하루는 퇴근길에 갑자기 나타나 자건거를 타고 가던 B씨를 넘어뜨리고 성추행까지 했다. 그런데 더 억울한 것은 성추행으로 그를 고소하자 회사로부터 '품행 불량으로 회사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것이다. 회사에 부당함을 호소해 징계는 정직 3개월로 감해졌지만 이후 오히려 가해자가 회사 내에서 B씨가 헛소문을 내고 다닌다며 음해하고 다닌다.
#3. 29세 여성 C씨는 직원 3명의 작은 병원에 근무하는데 원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성적인 말과 음담패설을 늘어놓는가 하면 어깨를 주무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듣기 싫다"고 하면 사과하긴 했지만 이런 행동은 멈추지 않고 수시로 반복됐다. 참다못한 C씨는 관련 기관에 상담을 받아 원장에게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요구해 "다시는 그런 일 없게 하겠다. 이후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하면 배상하겠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직장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희롱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로 20대 초반~30대 중반의 비교적 젊은 직장 여성들이 성희롱을 당하며, 가해자는 이들의 상사ㆍ고용주 등이었다.
이와 관련 인천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은 14일 지난해 1년 동안 상담한 사례를 분석한 보내 총 517건 중 26.9%인 139건이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었다고 밝혔다.
성희롱으로 상담을 신청해 온 여성들 중엔 20대 초반~30대 중반이 많았다. '24세 미만'은 상담 건수의 66.7%가 성희롱 상담이었고, '25~29세'는 50.8%, '30~34세'는 34.5%가 각각 성희롱 관련 상담이었다. 40대도 전체 상담 중 23.4%, 50대는 15.2%가 성희롱에 대한 상담이어서 전 연령에 걸쳐 성희롱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34.1%로 가장 많았다. 회사 규모에 따라서는 성희롱 예방 교육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영세 사업장에서 상담 비율(30인 미만 사업장 58.4%)이 높게 나타났다.
성희롱의 가해자들로는 고용주(46.0%), 상사(49.7%)가 대부분이었다.
인천여성노동자회 관계자는 "성희롱을 당했을 때는 분명한 거부 의사를 표시하고 증거를 모은 다음 상담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필요하다"며 "특히 고용주에 의한 성희롱의 경우 피해자가 대응할 경우 고용 불안의 우려가 있어 적극 문제제기하기가 어려운 만큼 사업주에 대한 성희롱예방교육의 실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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