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BOOK]뻔한 놈, 미친 놈, 겁없는 놈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눈 가리개를 쓴 말은 한 방향밖에 보지 못한다. 뒤와 옆을 보지 못하도록 시야를 가려 앞만 보고 달리도록 만드는 것이 눈 가리개의 역할이다.

'상식'은 종종 우리에게 말의 눈 가리개로 작용한다. 다른 가능성을 무시한 채 원래 알고 있던 길로만 돌진하는 맹목을 종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답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 있을 수도 있다. 눈 가리개를 벗어던지는 행위, 바로 '긍정적 이탈(Positive deviance)'이다.
◆긍정적 이탈이란?=브라질 아마존의 삼각주 갯벌은 농사가 불가능한 땅으로 여겨졌다. 하루 두 번씩 강이 범람하는 침수 지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근에서 농사를 짓던 여성 로사리오 코브랄은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가만히 지켜보니 물이 빠진 후 높은 지대의 땅은 금세 말랐다. 하루 두세시간 정도 물에 잠겨도 괜찮은 작물을 심는다면 수확이 가능할 것도 같았다. 그녀는 내수성 작물인 '카사바'를 먼저 심었다. 카사바는 아마존 사람들이 즐겨 먹는 채소 중 한 가지다. 습지에서 잘 자라던 돌연변이 묘목도 옮겨 심었다. 실험은 성공이었다. 식물생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의 상식을 뒤엎은 결과다.

'긍정적 이탈'은 이처럼 상식을 벗어나 성취하는 성공 사례를 가리킨다. '아웃라이어(outlier)', 즉 통계적으로 관측되는 예외를 주목하고 거기서 색다른 해결 방식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긍정적 이탈을 염두에 둔다면 '막다른 골목'에서도 탈출할 수 있다.

◆혼돈은 혁신을 낳는다=지은이 제리 스터닌과 모니크 스터닌 부부는 미국 연방정부 기관인 평화봉사단, NGO '세이브더칠드런' 등의 활동을 하며 세계 각국의 사회 문제와 맞닥뜨려왔다. 이들은 저개발 지역의 영양실조, 영아사망, 여성할례, 종족간 갈등 등 만만치 않은 난제에 긍정적 이탈 계획을 도입한다. 책은 이들이 실제 현장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박진감있는 전개로 보여 준다.
이들은 먼저 '긍정적 이탈자'를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베트남 아이들 중에서도 유달리 좋은 건강상태를 유지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가난해도 건강할 수 있었던 이 아이들의 비밀은 밥을 먹기 전에 꼭 손을 씻는 것과 논에서 잡은 작은 새우나 게 또는 고구마 싹을 식단에 더하는 것이었다. 스터닌 부부는 이 '비법'을 다른 가정에도 전수해 놀라운 실적을 올린다. 이집트 여성 할례 반대 운동을 펴면서는 여성 할례에 비판적인 보통 사람들의 비디오를 촬영해 보여줬다. 이 비디오는 호수에 던져진 돌처럼 조용하지만 빠른 파문을 일으켰다.

지은이들은 통념을 탈피하고 예외를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혼돈과 가까운 곳에서 혁신이 가속화되고 변이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불러 온다(264쪽)". 예기치 않은 결과는 곧 불가능해보였던 성공으로 이어진다. 책의 맨 마지막 장은 긍정적 이탈을 문제 해결에 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북이다. 문제를 규명하는 활동과 수단부터 질문 방식까지 친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긍정적 이탈/제리 스터닌, 모니크 스터닌, 리처드 파스칼 지음/박홍경 옮김/RHK/1만 3800원


김수진 기자 sjkim@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뉴진스의 창조주' 민희진 대표는 누구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