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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야심은 끝이 없다 - 1인 뮤지컬 '노래 불러주는 남자' 송용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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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야심은 끝이 없다 - 1인 뮤지컬 '노래 불러주는 남자' 송용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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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처음 뮤지컬을 시작할 때만 해도 시장이 이렇지 않았어요. 언제부터인가 뮤지컬이 대중적 장르가 되면서 시장이 대폭 커졌죠. 규모가 커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동시에 불균형해졌어요. 만날 돈 되는 라이선스 공연만 하고, 창작물도 천편일률적인 로맨틱 코미디와 드라마만 반복했습니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로서 일종의 책임감이 들었어요. 남들과는 다른 록 뮤지컬을 만들어야겠다는 욕심도 한 몫 했습니다."

뮤지컬 '블루칩' 송용진(37)의 '이상한 뮤지컬'의 시작은 이랬다. 히트 뮤지컬 '헤드윅'의 타이틀 롤로 유명세를 떨친 송용진은 '셜록 홈즈' '올슉업' '온에어' '라디오스타' 등 라이선스와 창작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14년 차 뮤지컬 배우다. 그는 배우로 십 수 년을 살아오면서 눈에 걸리는 국내 뮤지컬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한국에서는 왜 다양한 장르의 뮤지컬을 시도하지 없는지 불만도 많았다. 2010년 그는 '송용진의 이상한 뮤지컬' 시리즈의 1탄 격인 '치어걸을 찾아서'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연기ㆍ각본ㆍ연출ㆍ음악 감독ㆍ제작 등 송용진이 1인 5역을 담당한 '치어걸을 찾아서'는 라이선스 뮤지컬이 지배하는 국내 뮤지컬 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구에 밀어닥친 조류 독감으로 종말이 온다. 여자들은 절멸하고 남자들만이 살아남은 '빌어먹을' 세상. 살 재미를 잃은 남자들은 '원더랜드'에 가면 섹시하고 아름다운 치어걸들이 있다는 소문에 삼삼오오 해적선을 타고 신비의 섬으로 향한다. "정말 허무맹랑한 이야기죠. 제 취향인 B급 정서 코미디 내러티브에 피아노·하드 록 음악을 배치해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고 재미있게 풀어낸 '장난' 같은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관객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딱히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만으로 객석이 가득 차는 것을 보면서 무대에서 밥 먹고 사는 배우로서 뿌듯했어요. 투자 없이도 좋은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는 선례로 기록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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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신감과 재미가 동시에 붙은 모양이다. '치어걸을 찾아서' 이후 2년 만에 송용진은 두 번째 '이상한 뮤지컬' 시리즈인 '노래 불러주는 남자'(2월 14일~25일, 문화예술공간 I Have a Dream(강남역))를 내놓는다. '치어걸을 찾아서'가 B급 정서에 기초한 즐겁고 발랄한 느낌의 '놀자'풍 뮤지컬이었다면, '노래 불러주는 남자'는 공연 시작일인 발렌타인 데이에 어울리는 낭만적이고 따뜻한 로맨틱 드라마 장르. 한국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1인극(모놀로그) 뮤지컬이기도 하다. 모놀로그 드라마를 차기작으로 준비하던 그는 과거 기념일에 여자친구에게 해줬던 이벤트를 떠올렸다. 직접 캠코더를 갖고 다니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 편지에 여자 친구가 진정으로 감동했었던 기억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이거다' 싶었다.

일단 시작하니 술술 풀렸다. 이번에도 송용진은 제작사 대표ㆍ배우ㆍ음악감독ㆍ각본ㆍ연출 등 1인 5역을 담당했다. 관객들의 손과 발을 완전히 '오그라들게' 만들 '닭살' 에피소드들과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계열의 열 곡 노래는 모두 그가 썼다. 영화와 무대에서 흔히 접하던 내용과 느낌의 뮤지컬이지만, 여기에서 멈추면 송용진의 '이상한' 뮤지컬이 아니다. "노래 불러주는 남자는 무대에서 관객이 아닌 카메라를 보고 연기해요. 만난 지 2주년 되는 날 남자가 여자 친구에게 선물할 영상 편지를 녹화하는 과정이 내러티브거든요. 남자가 노래할 때마다 그의 머리 속 상상 장면이 영상으로 나와요. 남자가 영상을 찍는 장면과 찍힌 장면, 거기에 남자의 상상 장면까지 관객들은 세 가지의 영상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1인 극의 약점을 다양한 영상의 활용으로 피해가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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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은 바쁘다. 뮤지컬 배우는 기본, 인디밴드 '쿠바'의 메인 보컬로 활동하는 뮤지션인 그는 음악창작집단 '해적'의 대표로 하루 24시간을 쪼개 쓰는 강행군 중이다. 최근 송용진은 영역을 하나 더 확장했다. 얼마 전 송용진은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제작자 출신으로 '친구사이?' '소년, 소년을 만나다'를 연출한 김조광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촬영을 마쳤다. 남자 동성애자 커플과 여자 동성애자 커플이 서로 상대를 바꿔 위장 결혼을 한다는 설정의 퀴어 영화에서 송용진이 맡은 역할은 물론 동성애자다. '헤드윅' 이미지가 워낙 강렬한 탓에 영화 데뷔작에서 또 다시 성소수자를 연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트렌스젠더('헤드윅'), 바이섹슈얼('록키 호러 쇼'), 게이까지 남자가 할 수 있는 성소수자 역할은 다 한 것 같습니다. 밝고 쾌활한 느낌의 퀴어 영화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배운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마흔 살이 넘으면 꼭 영화 감독도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욕심이 많아요(웃음)." 송용진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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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 birdcage@ㆍ사진_이준구(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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