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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체류 140만명시대(1)..한국 친구 없으면 '하늘의 집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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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용 중개업소 태부족.. 전·월세 임대체계 낯설고 바가지 보증금에 한숨만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 "방이 너무 지저분해."

이탈리아인 엘레나(25)가 서울에서 처음 살 곳을 구한 뒤 내뱉은 말이다. 지난 1월15일 한국에서 인턴생활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가 소개받은 집은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체류 외국인 100만명 시대에 접어든지 5년째. 지난해 9월엔 140만명을 돌파했다. 외국인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며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임차 수요층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들의 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예상보다 비싼 값을 지불하겠다는 마음을 먹어도 기대한 수준과는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국제학을 전공한 엘레나는 아시아 문화에 호기심이 있었다. 반기문 유엔(UN)사무총장이 자란 나라여서 기대도 컸다. 그러나 한국에 도착해서 거주할 집을 찾아 어렵게 인터넷으로 예약한 방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침대 시트에는 머리카락이 그대로였다. 화장실은 공용으로 방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청소비로 5만원까지 냈다.

실망한 그녀는 결국 다시 집을 구하기로 했다.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엘레나는 구글을 이용했다. 검색어 창에 'Seoul housing'을 쳤다. 그러나 검색돼 나오는 집은 아파트나 단독주택뿐이었다. 정식 직장이 없는 그에게 이들 집은 너무 크고 비쌌다. 1억원 이상의 보증금도 필요했다. 전세라는 제도도 처음 알게 됐다. 월세 물건을 찾았지만 매달 60여만원의 비용은 부담이 적잖았다. 거기에 보증금으로 500만~1000만원 더 내야했다.
엘레나는 저렴하고 아담한 집을 원했다. 실제로 어떤지 방문도 하고팠다. 그러나 영어로 검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영어를 아는 중개업자도 거의 없었다. '글로벌 중개업소'라고 간판을 단 곳이 있다고 하지만, 소개를 받지도 못했고 알 수도 없었다. 어찌할지 몰라 막막하던 중 한국인 친구 케이트(26)와 연락이 닿았다.

케이트의 도움 없이는 집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가격정보에도 까막눈이었다. 고시원 같은 경우는 인터넷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중개업자들과 일일이 만나고 방을 둘러봐야 했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게다가 케이트가 직장인이라 시간도 부족했다. 영어를 아는 중개업자가 절실했다.

한국에 온 지 보름쯤 돼서야 엘레나는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10군데 이상의 방을 둘러본 후였다. 보증금 480만원에 월60만원인 아파트다. 저렴하진 않지만 깔끔해서 선택했다. 이마저도 대기자로 있다 겨우 구한 방이다. 엘레나는 만약 한국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2010년 교환학생 신분으로 한국을 찾은 독일인 크리스(23)씨도 집 구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학교에 기숙사가 있을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이 집 구하는 문제로 힘들어했다.

크리스씨는 "영어로 된 부동산 정보가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임차 제도도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는 자신과 같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지난해에는 외국인을 위한 부동산 정보 공유 사이트 '고시페이지닷컴(http://goshipages.com)'을 개설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도 만들었다. 외국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크리스씨는 "지금도 외국인을 위한 부동산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여전히 한국을 좋아하지만 호화 주택에 살지 못하는 형편인 외국인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크리스씨가 지난 2011년 개설한 고시페이지닷컴 캡쳐 화면.

크리스씨가 지난 2011년 개설한 고시페이지닷컴 캡쳐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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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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