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최악 2009년과 닮은꼴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해운불황이 장기화 될 것으로 우려된다. 다시 금융위기 이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종철 한국선주협회장은 지난해 6월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의 첫 만남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해운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으나, 이날 함께 한 각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BDI는 지난 17일 974포인트를 나타내며 1000포인트선 아래로 떨어졌다. BDI 1000포인트대가 붕괴된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말 이후 약 3년만이다.
겨울철은 석탄, 철광석 등 벌크선 수송물량이 늘어나는 전통적 성수기지만 BDI는 하락세다. 선박 공급량 과잉에 세계 경기침체 우려로 물동량 거래가 줄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BDI 1000포인트 이하는 대형해운사들도 절대 수익을 낼 수 없는 수준"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컨테이너운임지수인 CCFI역시 지난 13일 920포인트로 전년 대비 15%가량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해운사 운항원가에서 연료유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선이다. 연료비가 t당 100달러 인상될 경우, 5000TEU급 컨테이너선 1척 당 추가비용은 연간 390만달러에 달한다. 7만DWT급 벌크선 역시 연간 105만달러의 추가비용 요인이 발생한다. 지난 2010년 한진해운 과 HMM 이 지출한 연간 연료유 구입비용은 각각 1조6700억원, 1조3100억원대로, 같은 해 각 사 영업이익의 2배를 웃돌았다. 연료비 증가세를 감안할 때 해운사들의 부담도 더욱 커진 셈이다.
이 협회장은 17일 열린 선주협회 정기총회에서 "해운불황이 장기화되고 국내외 금융여건이 악화되면서 해운업계의 문제가 개별기업에서 전체 해운산업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 중소선사 대표 역시 "2009년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올해부터 시황이 점차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예상돼 여기에 기대감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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