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12일 안병용(54)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구의원들을 동원해 당협 사무국장들에게 돈봉투 배포를 지시할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안씨는 구의원 5명을 동원해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50만원씩 건네라며 2000만원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안 위원장은 박희태 국회의장의 2008년 전대 캠프 선거 사무실 바로 아래층에 존재하는 별도의 사무실에서 이 돈을 전달했다.
검찰이 입수한 문건은 구체적인 돈 봉투 배포 대상을 특정한 명단이다.
반면, 안병용씨를 비롯 고승덕, 공성진, 정의화 의원 등 18명의 이름엔 ‘참석’란에, 이재오 의원에겐 ‘대리참석’란에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전대 두달 전 미국 유학에 나선 상태였다.
검찰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구의원들에게 보여준 문건은 애초 특정 당협을 찍어주면서 돈을 돌리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문건에 표시된 동그라미는 회의 참석 여부를 나타낼 뿐 문건에 있는 대상자 전원이 돈을 받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안 위원장을 상대로 명단기재 대상에 대한 실질적인 금품배포 지시 여부, 자금의 출처 등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음해를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문건과 함께 안 위원장이 돈배달을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해 안 위원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를 비롯한 사법처리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의 안 위원장을 상대로 한 조사 과정에서 자금의 출처가 드러날 경우, 앞서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300만원 돈봉투 사건 수사 또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자금이 박 의장 캠프에서 조성된 자금일 경우 같은 ‘입구’에서 나왔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은 고 의원으로부터 300만원과 함께 박 의장 명함이 든 돈봉투를 되돌려 받은 고명진 전 박 의장 비서도 전날에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이틀째 강도높게 조사했다.
검찰은 고씨를 상대로 고 의원 측에 직접 돈봉투를 전달한 사실이 있는지 추궁했으나, 고씨는 돈봉투를 되돌려 받은 사실만 인정할 뿐 돈봉투 전달에 개입한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돈봉투를 직접 받은 고 의원실 직원 이모씨와 고씨를 대질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고 의원이 돈봉투를 돌려보내자 “왜 돈을 돌려주느냐”며 전화한 인물이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수석 측은 고 의원과 일절 접촉한 적이 없다며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김 수석을 불러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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