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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절망청춘', 2월에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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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 교수]아프니까 청춘이라고? 2012년 1월 신년 벽두에 일부 청춘들이 느끼는 감정은 아픔을 넘어서 공포에 가깝다. 대학 졸업인 2월이 바로 코앞인데, 춥고 황량한 사회로 진입할 시점이 얼마 안 남았는데 아직 직장을 잡지 못한 '절망청춘'의 이야기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한 친구들은 먼 별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몰려든다.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에 내몰려 일요일도 없이 온갖 학원에 다니고 고3 내내 네댓시간 토막잠 자면서 공부해 그래도 서울에서 이름을 알 만한 대학에 합격했을 때는 '고생 끝, 행복 시작'인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들어와 보니 더 큰 취업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학점관리 하고 단기 해외연수도 다녀오고 토익은 900점이 넘는데, 나름대로 부지런히 경험과 스펙도 쌓았는데 막상 대학 졸업인 2월이 곧 다가오는데 왜 직장이 없을까. 나를 학원 보내고 대학 보내고 스펙 쌓도록 해 주느라 정작 자신들의 노후 준비는 꿈도 못 꾸는 부모님을 앞으로 어찌 대하려나.
대학졸업자 취업률을 산정하는 기준은 2월이다. 2011년 2월 대졸자 가운데 실망취업자, 구직단념자를 포함한 비경제활동인구는 거의 40%에 이른다. 일반 청년실업도 사정은 마찬가지.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6.8%, 청년실업자 수는 27만9000명이었다. 그러나 임시직, 저임금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춘을 취업자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사실상의 청년실업자'가 110만명을 넘는다는 분석을 내놨다. 통계청의 발표보다 4배가량 많다.

'절망청춘'들은 좌절하고 분노한다. 사회가 20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고, 열심히 일하려고 하는데 일자리가 없는 사회는 뭔가 구조적으로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실업자의 분노가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변혁과 기대로 분출되기도 한다.

2012년 한국 경제가 냉정하게 자기반성을 해야 할 핵심적인 부분은 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이다.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대기업과 일반 기업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상장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심연의 간극으로 벌어진다. 상장 대기업과 비상장 중소기업 간의 순이익 격차는 2010년 39조원에 달했다. 몇몇 대기업이 전 세계에서 아무리 명성을 떨친다고 해도 이미 그들은 본사가 한국에 있는 것에 불과한 초국적 기업이다.
또 무역 규모 1조달러로 경제의 절대 규모가 커진다고 한들 고용이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상대적 격차만 커질 뿐이고 부의 편중과 양극화가 심해져 사회갈등의 요인이 된다. 얼마 되지도 않는 글로벌 대기업과 은행과 공기업에 억지로 고용을 늘리라고 한들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가.

2012년 청년실업 해소에 필요한 것은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에 광고를 내는 '초우량 다국적 슈퍼 울트라 글로벌 기업'이 아니다. 국내외에서 번 돈을 국내에서 온전하게 소비하고 세금내고 고용하는 우량 중견기업의 육성이다. 청년창업과 벤처도 활성화해야 한다. 창업하고 벤처기업을 만들어서 성공한 청춘신화가 많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해서 젊은 에너지들이 그 신화를 좇는 방향으로 분출되게 해야 한다.

말로만 하는 격차 해소, 기존의 정책에 생색용으로 조금 더 얹어서 청년창업, 벤처를 지원하는 정도로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청년실업의 덫을 벗어날 수 없다. 제로베이스에서 정책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고 해결의 프레임(frame)을 대담하게 전환해야 한다. '절망청춘'의 에너지가 사회구조와 정치에 대한 막연한 분노가 아니라 새로운 경제동력으로 전환되도록 거시적 정책 결단이 필요하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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