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터져 나오는 세상, 신문 읽기는 재미있지만 그 사건 속에 사는 것은 물론 불안한 일입니다. 새해, 2012년을 맞으면서도 그 불안감을 잠재우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선 올해 지구에 대재앙이 온다는 종말론이 최근 자주 눈에 띕니다. 종말론과 UFO의 오랜 팬인 제 입장에서 말씀 드리면, 이건 헛소리입니다. 종말론자들이 근거로 삼는 두 가지, 오래 된 마야달력은 믿기 어렵고 태양폭풍은 통신장애 말고는 걱정할 일 아닙니다. 갑자기 어린 시절, 1999년 지구가 멸망한다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읽고 잠 못 들던 기억이 나서 쓴 웃음이 납니다. (지구가 망하기 전에 꼭 장가는 가보고 죽어야겠다고 결심했던 덕에 결혼은 일찍 했습니다).
선거는 물론 국민이 마땅히 즐겨야 할 축제입니다. 우리가 정치의 주인이라는 자각을 느껴볼 수 있는 아주 드문 기회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선거를 정략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후보들과 정치세력이 역설적으로 국민들의 삶을 악화시킬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미국 공화당이 정부 부채 한도를 제한하도록 한 것이 과연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너무 빠른 속도로 경기가 회복돼 현 정부의 업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헷갈립니다. 그러니 프랑스의 대통령 후보가 유로존 지원을 당당히 주장할 수 있을지, 중국의 새 지도부가 인기 없는 유동성 제거를 해낼 수 있을지 염려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나라 걱정을 하고 있었네요. 저는 우리가 올해 수없이 등장할 '듣기 좋은 말'들 대신 용기 있는 '듣기 싫은 말'을 선택할 수 있을지, 예쁜 화장 아래 감추어진 진실을 찾아낼 수 있을지 진심으로 걱정하는 중입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언제나 어수선한 가운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살아왔습니다. 우리의 삶은 그 수많은 악다구니 가운데에서도 10년 전보다, 30년 전보다 어쨌든 더 나아졌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입니다. 그러니 어수선하고 신산할 것이 틀림없는 올 한 해, 우리 모두 그 날들을 잘 견디어내기로 다짐해보는 것은 어떠실지요. 그리고 여러분,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진심으로, 평.화.를. 빕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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