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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황성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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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을 설명해 맞추는 TV 노인 프로그램에서
천생연분을 설명해야 하는 할아버지
"여보 우리 같은 사이를 뭐라고 하지?"
"웬수"
당황한 할아버지 손가락 넷을 펴 보이며
"아니 네 글자"
"평생 웬수"

어머니의 눈망울 속 가랑잎이 떨어져 내린다 /충돌과 충돌의 포연 속에서 /본능과 본능의 골짜구니 사이에서 /힘겹게 꾸려온 나날의 시간들이 /36.5 말의 체온 속에서
사무치게 그리운 /평생의 웬수

■ 무릎을 쳤습니다. 나도 이 TV프로 본 적이 있는데! 그런데 내겐 한 순간의 우스개로 지나간 것이 황성희 시인에게는 저토록 절절한 언어가 되었습니다. 웃음 끝에 눈물이 핑 도는 이야기, 아니 저 미움의 입을 단 지긋지긋한 사랑. 한 칠십년 곰삭은 불화가, 편집될 겨를도 없이 매스컴을 탈 때 거기에 내 사랑의 밑바닥이 보입니다. 평생 듣고서도 듣지못한 잔소리의 그리운 DNA가 시가 되고나서야, 징하게 고막을 칩니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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