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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박목월 '바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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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늦게 들어오는 장성한 아이를 근심하는 밤의 바람 소리 // 댓잎 소리 같은 것에 어버이의 정이 흐느낀다. // 자식이 원술까, 그럴 리야 // 못난 것이 못난 것이 / 늙을 수록 잔정만 붙어서 // 못난 것이 못난 것이 / 어버이 구실을 하느라고 // 귀를 막고 돌아 누울 수 없는 밤에 바람 소리를 듣는다. / 적료한 귀여

박목월 '바람 소리'

■ 아버지 박목월은, 밤늦게 귀가하지 않은 아이를 기다린다. 경주의 건천 모량리 그의 생가, 혹은 도시 어디에선가. 아버지는 바람 소리 사이에 아이의 인기척이 묻어 있을까 긴장하며 듣고 있다. 그러나 내내 들어도 바람 소리 뿐이다. 생각한다. 이토록 기다리는 마음이란 무엇인가 하고. 돌아본다. 아비 마음이란 사실 늘 '오버'하는 노파심같은 것이 아니던가. 돌아누운 아버지의 귀에 들려오는 바람 소리는, 어쩌면 아이의 존재 전부이다. 아버지란 게 늘 아이에게서 바람을 맞는 그런 존재가 아닌가. 적료한 귀에 머문 걱정들. 더구나 요즘은 그런 걱정을 키우기에 딱 좋은 뉴스들로 가득 차 있다.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은 아이를 기다릴 때, 온갖 불안한 상상을 섞으며 귀를 세우는 아비다, 나도.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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