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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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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 (…)

■ 세상엔 여자가 있고 엄마가 있다. 여자가 아닌 엄마가 있다. 대저 서로 아픈 곳이 같으면 기교가 필요없는 법이다. 그냥 툭툭 건드리기만 해도 아프기 때문이다. 추운 날일수록 아무런 조건없이 무한 긍정으로 존재를 끌어안던 그 품이 그리워진다. 노동과 슬픔을 묵묵히 견디며 나를 여기까지 밀어올려준 희생자. 꽃잎 아래, 마른 대궁같이 가만히 버텨낸, 신성(神性)의 그 여인. 엄마도 사람이라는 것을 재발견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는가. 그래서 뒤늦게 돌아보면 없는, 눈물의 진 자리.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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