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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느리지만 확실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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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60회 MBC 월-금 저녁 7시 40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은 유달리 걸음이 느리다. 물론 현실과 비슷한 속도로 시간이 흐르는 일일 시트콤의 장르적 특징 탓에 서사의 압축이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현실의 엄혹함을 반영하는 데 유달리 공을 들이는 <하이킥3>는 아직 스토리 전개보다 나아질 것 없이 반복되는 일상의 피로가 더 크게 보인다. 어제 에피소드도 그렇다. 뱀에 물린 하선(박하선)이 의식을 잃자 흥분한 지석(서지석)은 엉겁결에 자신의 속내를 말하지만 하선은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줄리엔(줄리엔 강)은 승윤(강승윤)의 말버릇을 흉내 내며 즐거워하고, 종석(이종석)은 지원(김지원)의 만류로 자존심을 접고 결투신청을 거절한다. 지석과 하선의 비대칭 로맨스와 종석과 지원 사이의 이상기류가 반복된 이 에피소드를 제자리걸음으로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느리게 진행되는 와중에도 <하이킥3>의 인물들은 자란다. 내상(안내상)의 말버릇 ‘확 마’를 배웠던 줄리엔은 승윤의 ‘문디자슥’을 배워 내상에게 농을 걸고, 지원의 줄리엔 흉내를 ‘되지도 않는 것’이라 치부하던 종석은 화해를 청하러 온 지원에게 줄리엔 흉내를 내는 것으로 화해를 수락한다. 인물들은 상대의 언어를 흉내 내고 자기 것으로 만듦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나아가 서로를 변화시킨다. 문제아였던 종석은 지원과의 공부를 위해 체면을 구기는 걸 감수하며 싸움을 포기하고, 지원도 오해를 풀고 종석의 진심을 믿는다. 속도가 느리다 해서 변화가 그 의미를 잃는 것은 아니다. 극의 말미 줄리엔이 친구(브로닌 멀렌)에게 승윤의 ‘문디자슥’을 전파하는 장면은 그냥 유머로 볼 수도 있지만, 열 명 남짓한 커뮤니티 안에서의 변화가 세상을 향해 한 발 더 확장되는 광경으로도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필모그래피 내내 염세적 세계관을 견지하던 김병욱 감독이, 인물들이 서로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세상을 향해 번져 갈 내일을 희망하기 시작하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하이킥3>는 느리지만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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