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 저詩]황진이 시조 (3) '내 언제 신이 없어'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내 언제 신(信)이 없어 임을 언제 속였관대
월침삼경에 올 뜻이 전혀 없네
추풍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

황진이 시조 (3) '내 언제 신이 없어'

■ 황진이는 깜짝 놀랄 만큼 주체성이 강한 여자였다. 어떤 남자가 마음에 든다 싶으면 직접 러브콜을 했다. 대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너무 좋아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부디 석달만 동거하도록 허락해주소서." 첩으로 들어가겠다고 해도 될터인데, 굳이 그녀는 시한부 동거를 제안했다. 그리고 사내의 집에 들어가면서 석달 동안의 살림도구와 비용을 모두 준비해 갔다. 나는 다만 사랑만 필요한 것이니, 그것만 제공하시면 됩니다. 나머지 일체는 미스황 부담입니다. 석달을 살고난 황진이는 이렇게 말한다. "그간 잘 지냈으니, 오늘 보따리를 싸려합니다." 뒤늦게 사내가 눈물을 흘리며 버선발로 뛰어나가 치맛자락을 붙잡았으나 황은 칼같이 끊고는 샤악 떠난다. 그녀는 신용 하나만큼은 틀림없이 지키지 않았던가. 이 가차없는 사랑과 이별의 기획들은, 그러나 황진이의 외로운 방에서 가끔 저렇게 회한으로 터져나왔을 것이다. 달이 지는 한밤 가을바람 불 때 혹시 이 남자가 와 있나 싶어서 슬그머니 문을 열어보는 것이다. 이럴 때, 바보같이, 남자는 하나도 없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개저씨-뉴진스 완벽 라임”…민희진 힙합 티셔츠 등장 어른들 싸움에도 대박 터진 뉴진스…신곡 '버블검' 500만뷰 돌파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국내이슈

  • "딸 사랑했다"…14년간 이어진 부친과의 법정분쟁 드디어 끝낸 브리트니 공습에 숨진 엄마 배에서 나온 기적의 아기…결국 숨졌다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해외이슈

  • 이재용 회장, 獨 자이스와 '기술 동맹' 논의 고개 숙인 황선홍의 작심발언 "지금의 시스템이면 격차 더 벌어질 것" [포토] '벌써 여름?'

    #포토PICK

  • 1억 넘는 日도요타와 함께 등장한 김정은…"대북 제재 우회" 지적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