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김 전 대통령측 인사들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의 방북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전하면서도 '천안함ㆍ연평도 도발을 잊었느냐'는 보수진영의 비판으로부터 살짝 비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오전에 열린 외교안보자문단 조찬간담회와 오후 2시부터 관계장관들이 참석한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담화문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만 밝히고 직접적인 조의(弔意) 표명은 하지 않았다. 이 말은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조의표명을 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다른 편에서는 '조의표명을 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조의'는 '남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뜻이다. 대개 '추모한다', '애도한다', '명복을 빈다' 등의 표현을 통해 고인에게 조의를 표명하는 관례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사망에 대해 조의를 표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측은 "말 그대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 정권과 주민들을 분리해 접근하는 정책 기조를 펼쳐왔다"면서 "이번 담화문에서도 이 같은 뜻이 내포돼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담화문 발표시기도 예상보다 빨랐다. 국민 여론 수렴 등을 위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에도 불구 김 위원장의 사망발표 다음날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정했다. 조의 표명과 조문단 파견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자, 자칫 '남남 갈등'이 확대될 수 있어 이를 하루 빨리 봉합하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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