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7월28일. 새벽 출근길에 아시아나항공 화물기(747-400)가 제주도 인근에 추락했다는 사고 소식을 접했다.


승객을 태운 여객기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곧바로 핸드폰으로 해당 항공사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연락을 취했다.

새벽인데도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자 마자 그의 목소리가 즉각 튀어 나왔다. 추락사실 여부를 묻자 "맞다"고 했다. "고생하시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고 전화를 끊었다.


오전 6시쯤 회사에 도착해서 곧바로 해당 항공사에 연락을 취했다. 사고 항공기의 보험가입 여부(물론 100% 가입했겠지만)와 기체 가입금액, 제3자 배상책임보험(화물보험 포함) 등에 대한 취재를 위해서였다.

이어 손해보험사 여러 곳에도 연락을 취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험사 역시 비상이 걸려 있었다. 오전 8시30분경 국내 8개 보험사가 해당 항공기에 대해 공동으로 보험을 인수했고, 기체 보험가입금액이 1억2200만달러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항공기에 적재된 화물은 모두 53t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이렇게 해서 이날 오전 9시38분 기사를 송고했다.


솔직히 고백하면 이날 기자가 쓴 기사 가운데 미진한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다름아닌 추락 항공기 조종사의 개별 보험가입 여부와 보험가입 금액이다. 정확히 말하면 못 쓴 게 아니라 써서는 안되는 내용이다. 물론 개별 보험가입 여부 및 보험가입 금액은 기자가 취재한다고 쉽게 알기도 힘들다. 설령 취재가 됐다고 해도 이를 활자화하면 명백한 개인신용정보법 위반이다.


그런데 왠일? 이틀이 지난 후 '추락 화물기 조종사가 사고 한달 전 32억원의 거액 보험에 가입했다'는 언론보도가 터져 나왔다. 고의 사고 또는 자살을 미루어 짐작할 수 밖에 없는 보도였다. 황당했다.


'어,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액 보험가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갖 추측이 난무했고, 유족과 해당 항공사는 큰 충격에 빠졌다. 급기야 금융당국이 보도자제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일이 커진 것이다.


그리고 다섯달이 지난 지금 금융당국은 개인정보를 유출한 6개 보험사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 정보를 유출한 곳을 색출하기 위한 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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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보험사를 지도관리하는 금융감독원은 과연 '조종사 개인정보 유출과 무관할까'하는 궁금증이다. 언론사 기자가 30여개가 넘는 보험사를 일일이 취재해서 유명을 달리한 그 조종사의 보험가입 금액을 합산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국내 손보사 시스템을 감안할 때 합산이 가능한 곳은 금융당국 뿐이다. 개별 보험사 조사에 앞서 금감원 스스로 자체 조사를 벌어야 하는 게 아닐까?


혹 이번 조사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보험사 개인신용정보 집적 문제를 둘러싼 손해보험협회와 보험개발원간 밥그릇 싸움과 관련이 있다면 아예 하지 않는 게 상책이지 싶다.


조영신 기자 as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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