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에 불어닥친 '알짜 소형' 붐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박미주 기자]#대치동에서 수학 전문 학원을 운영중인 K씨는 최근 학원 문을 닫고 다른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8개월전 그는 대치동에 원생규모 300명의 학원을 열었다. 나름대로 목동에서 이름있는 강사였으나 경쟁이 치열한 대치동 학원가에서 살아남긴 쉽지 않았다. 월 임대료 2000만원, 권리금은 3억7000만원이었다. 결국 그는 임대료 8개월분 1억6000만원의 손실을 안은 채 대치동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임 씨는 "월 수입이 1000만 단위가 아니고 100만단위다.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데 학원을 계속 경영하다간 길바닥에 나앉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K씨는 자신을 포함해 관리교사와 강사 역할을 할 직원 1명과 함께 소형학원을 열 예정이다.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소형 학원 매물이 인기다. 방과후 학교 등 공교육 강화로 나날이 줄어드는 원생 수, 이미 오를대로 오른 점포임대료, 동종업계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대치동의 한터공인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학군수요를 찾는 이들도 줄고 학원 매물 거래도 뜸하다"며 "전반적으로 학원 규모를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싼 임대료 때문이다. 학원의 월 임대료는 면적보다 원생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같은 100평이라도 원생수가 100명인 곳은 임대료가 100만원대인데 비해 300명 이상인 곳은 임대료가 1000만원에 육박한다. 대치동에서 원생수를 보장받는 학원의 몸값은 부르는게 값이다. 월 임대료는 2000만원을 넘는다. 명문 학원가라는 지역적 프리미엄을 이유로 타 지역보다 임대료가 2~10배가량 더 비싸다. 한 학원장은 "상가주인에게 임대료를 좀 깎아달라고 해봤자 당신 아니라도 들어올 사람이 줄을 섰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강사수가 적어 인건비가 덜 들고 대형프랜차이즈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도 평판관리만 잘하면 원생수를 손익분기점까지 맞출 수 있다는 것도 소형학원의 장점이다. 한편 대형학원의 인기는 갈수록 하락추세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만 해도 보습학원, 공부방 등 소형 매물은 한달에 2~3건씩 거래됐지만 원생수 300명이상의 대형학원 거래는 한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소형 중심의 알짜 학원 매물을 찾는 트렌드는 대치동 뿐 아니라 다른 동네에도 전파되고 있다. 월 수익이 보장된 학원 매물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채 원장간에 일대일로 거래된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수학학원 프랜차이즈를 경영하는 A모씨는 "학생 수요를 보장받기 위해 이사도 원래 있던 곳의 근처로 가고, 경영 리스크를 줄이려고 무리한 확장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작지만 알짜인 학원은 차량 1대와 직원 월급, 관리비 등을 빼고도 월 수익이 천만단위"며 "2000~3000가구 정도 되는 배후수요가 풍부한 아파트단지에는 알짜 소형학원을 확보하기 위한 정보전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회원간 비밀보장을 내세우는 학원 직거래 사이트들도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가격과 배후수요가 많은 알짜 소형매물을 찾다 보니 청소년 교육에 유해한 유흥업소와 근접한 곳에 소형학원이 들어서기도 한다. 분당 금곡동의 한 보습학원은 바로 위층에는 안마방이 밑층에는 호프집이 들어섰다. 학원 관계자에 문의한 결과 "우리가 입주한 이후 유흥업소가 들어섰으니 책임은 없다"며 "이미 인근의 목 좋은 학원은 매물이 나오지 않아 학원 이전도 어렵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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