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모두 모였다.

[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


어제까지 잘 되던 집 인터넷 연결에 문제가 생겼다. 그건 일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무실에서 완성하지 못한 기사를 메일로 보내놓았는데 열어볼 수도 없었다. 그것 말고도 인터넷 불통으로 겪는 문제는 또 있다. 노트북을 챙겨 집을 나섰다.


<center>▲ 아를르 밤의 카페, 고갱</center>

▲ 아를르 밤의 카페, 고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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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까? 집 100M 내외에는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카페베네, 엔젤리너스, 투섬플레이스, 커피 빈, 디 초콜렛이 포진해있다. 심지어 스타벅스는 한정거장 거리에 두 곳 있다. 파리 바게뜨, 뚜레 쥬르같은 빵집, 체인이 아닌 작은 동네 카페까지 포함하면 내가 갈 곳은 참 많다.


그 중에서 얼마전 리노베이션을 끝낸 스타벅스에에 노트북을 폈다. 웬만한 고급 카페에 뒤지지 않는 인테리어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매장 중앙에는 클래식한 소파가 웅장한 저택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소파에는 아침부터 다소 격렬한 스킨십을 나누는 연인, 신문 보는 노년 부부가 앉아있다.

베이지톤으로 마무리된 벽면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져있다. 출입문 옆쪽으로는 일렬로 앚을 수 있는 구조다. 벽면을 둘러싼 테이블 대부분은 노트북이 놓여져있다. 그 공간만 보자면 PC 방에서 커피 마시는 꼴이다. 심지어 사방 벽면엔 노트북 사용자를 배려한 전기 플러그까지 준비되어있다. 브라보!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칼럼니스트인 여주인공이 동거하는 애인과 싸운 후 일하기 위해 노트북을 들고 간 곳이 바로 이 카페다. 둘러보니 주말 아침부터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다. 남들 눈에도 기자의 모습은 애인과 싸우고 마땅히 갈 곳 없어보이는 여자 같을까?


커피 전문점, IT 노마드 족을 위한 성지 원본보기 아이콘


커피 한 잔으로 두 시간 넘게 있어도 아무도 눈치주지 않는 곳. 배고프면 주스나 샌드위치를 먹을 수도 있다. 화장실도 쾌적하다. 음악도 은은한 크리스마스 캐롤이다. 집에서보다 능률이 더 오른다.


21세기 노마드(nomad, 유목민 ·유랑자를 뜻하는 용어)족에게 축복된 공간은 다름 아닌 커피 전문점같다. 인터넷 속도도 빠르다. 모든 게 훌륭하다. 오전 업무를 끝내고 점심약속을 위해 노트북을 끈다.


저녁이다. 갑자기 월요일에 인터뷰가 잡혔다. 미리 준비를 해야한다. 다시 노트북을 챙겨 아까 그 곳에 왔다. 아침과 달리 좀 편한 소파 쪽에 자리 잡았다. 텝스 교재를 펴놓고 공부하던 여학생들이 지루한지 속닥댄다. 그 얘기는 내 자리에서 잘 들린다.


“그때 잡지에서 본 이브생00 백 사고 싶어. 근데 그거 백화점 갔다가 가격 확인했는데 진짜 비싸더라. 그런 거는 언제쯤 살 수 있을까?“
“그래 그거 완전 예뻤어. 그런데 그거는 내 형편에 어림도 없구, 크리스마스 때 어쩌면 페라00 지갑을 받을 것 같아. 남자친구가 사준댔어?”
“너 그 선배랑 결혼할거야?”
“그러면 좋겠어. 결혼할 때는 까르00 시계 갖고 싶어.”
“반지는 티00가 이쁘던데. 거기 다이아몬드 세팅 최고래.”
“여행은 몰디브가 좋겠지?”


기자도 동참했으면 하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해본다.


월요일 저녁. 약속이 있어 그 카페에 갔다. 먼저 도착한 기자는 습관처럼 노트북을 열고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뒤적였다. 어느새 옆 테이블의 대화가 내 앞에도 펼쳐졌다. 직장 선후배로 보이는 여자 세 명.


“선배. 저는 부장님 정말 이해 못하겠어요.”
“상사잖아. 이해하고 말고가 어디있어. 그냥 따르면 그만이지. 심지어 나는 시어머니를 부장님이라고 생각해. 부장님한테 결재 받는다 생각하고 시어머니께 물어보면 세상이 평화로울거야. 너도 결혼하면 내 말 명심해.”
“선배는 스트레스 받는 일 없어요? 그렇게 말씀하실 때 보면 세상 일 초월하신 것 같아요.”
“왜 없어. 욕하면서 나두 맨날 그냥.”
“근데 요즘 살쪄서 고민인데. 회사 앞 헬스클럽 괜찮아요?”
“난 요가하는데 헬스보다 요가가 좋을 것 같아.”
“어떤 남자가 여자친구가 선물 사달라고 하도 졸라서 그거 사주면서 카드 전표에 사인하면서 ‘사주기 싫다’라고 썼대요. 요즘엔 남자들이 선물 잘 안사준다던데. 오히려 여자들이 선물 사주는 세상이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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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들 중에는 사람을 다양한 표정을 관찰하기 위해 지하철을 탄다고 했다. 기자는 세상 사는 얘기들을 커피전문점에서 들었다. 뻔한 얘기로 위안을 얻었다.
혼자 있는 게 지루해지면 커피 전문점엘 가야겠다.


박지선 기자 sun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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