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강모(42)씨가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한미FTA 비준 반대 집회에 참석해 FTA 비준 무효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 "FTA로 또 다시 희망을 잃고 싶지 않아요."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 참여한 강모(42)씨의 하소연이다.
직원이 5명뿐인 강씨 남편의 회사는 최근 몇 년 새에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 빚이 수억원대로 늘어나면서 지난해엔 아이들의 학원까지 끊었다는 그다.
강씨는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불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며 "그냥 이대로 넋 놓고 보고만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말을 이어가는 강씨의 표정이 어두웠다.
이번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관련된 정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덕마저도 별로 보지 못했다는 게 강씨의 말이다.
지난달 중순 코트라(KOTRA)는 한미 FTA 발효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중소기업 품목 10개를 발표했다. 브레이크 패드와 볼트 등 자동차 부품과 펌프 등이 수혜 품목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 역시 전자기기를 취급하는 강씨 남편 회사와는 상관없는 얘기였다.
강씨는 이와 관련해 "FTA로 더 큰 시장이 열려 중소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건 일부 중소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라며 "가뜩이나 자본력이 없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은 FTA가 발효되면 더 큰 빚을 지지나 않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동안 어떤 집회에도 참여해본 적이 없다는 강씨. 그는 다음 번 한미 FTA 집회에는 가족들과 함께 참여할 예정이라는 말을 남기고 집회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서 '한미 FTA 비준 무효'를 외치는 강씨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비준무효'를 소리 높여 외치는 그의 어깨가 유독 무거워보였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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