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홰'가 없다면? '어처구니'가 없다면? '시치미'가 없다면?


이렇게 묻게 되면 답을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힌트를 더해보자.

새장에 홰가 없다면? 맷돌에 어처구니가 없다면? 매의 꽁지에 시치미가 없다면?


이쯤 되면 연관되는 단어가 이어져서 설사 그 뜻을 몰랐다 해도 대충 어떤 말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홰는 새장이나 닭장 속에 새나 닭이 올라앉게 가로질러 놓은 나무 막대를 일컫는다. 어처구니는 곡식을 갈 때 쓰는 맷돌을 손으로 돌릴 때 잡는 나무 손잡이다. 시치미는 매의 주인을 밝히기 위해 꽁지 속에다 매어 둔 네모꼴의 뿔을 일컫는데 흔히 주인의 이름표를 달게 된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강조하거나 몰랐던 어원을 일깨우기 위해서 이러한 단어를 언급한 게 아니다. 이 세 단어를 곰곰이 뜯어보면 감칠맛이 그만이다. 최근 우리 사회와 기업문화를 관통하는 화두가 되기 때문이다.


보잘 것 없는 나무 막대기 하나가 새장에선 새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도구가 된다. 어처구니는 맷돌의 기능을 고려할 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용품이다. 시치미 역시 이웃간 싸움을 막아주는 최소한의 보호장치이다.


아무리 화려하게 만든 새장이라도 홰가 없으면 그 안에서 새가 오래 살지 못한다. 맷돌을 떠올릴 때 손잡이가 없다고 생각해보자.


평소 하찮은 것이라 했는데 없다고 가정해보니 상황은 확 달라진다. 사냥을 하는 매도 겉만 보고 판단할 것이다. 그렇지만 시치미가 없다면 분쟁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아직도 우리 기업에선 학벌, 지역, 연줄이 대세로 통하고 있다. 마치 새장의 겉, 맷돌의 돌, 매의 상태만 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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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없을 때를 생각해보고, 드러나지 않지만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느껴보도록 하자. 그러면 학벌과 지역, 연줄이 아닌 튼실한 믿음과 신뢰의 관계로 내 사람을 만들 수 있을 듯 하다.


김영무 부국장 겸 산업부장 ymoo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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