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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탈리아에 필요한 것은 생살을 찢는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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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국제부장] 이탈리아를 구원할 총리로 마리오 몬티(68) 유럽집행위원회 경쟁담당 집행위원이 지명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가 총리가 지명된 다음날인 14일 채권시장에서 이탈리아 국채수익률은 잠시 주춤하다 다시 상승세를 탔다. 다른 ‘수퍼 마리오’인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타리아 국채를 사들였는데도 10년 물 국채 수익률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10년 물 국채 수익률은 6.76%를 기록했다. 지난 금요일 마감보다 0.2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장을 마감했다.

마리오 몬티가 출중한 인물임은 틀림없지만 이탈리아의 앞날에 대한 투자자들의 깊은 회의 때문에 국제 투자자들의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수요가 없었던 탓이었다.

물론 마리오 몬티는 이탈리아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강단’과 학식을 겸비하고 40년간 결혼생활을 해 사생활도 깨끗한 인물이다. 잦은 실언과 성추문을 일으켰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너무나도 대조를 이뤄 그에 대해 국제사회가 건 기대는 매우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출중하다 한들 한 개인이 문제투성이 이탈리아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겠는가라고 시장은 묻고 있다. ‘아니다’라는 게 정답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이탈리아의 현실을 보라. 세계 8대 경제대국이라고 하나 정부부채가 1조9000억 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120%를 넘었다.

경제는 지난 10년간 연간 1% 미만의 ‘빈혈성장’을 이룬데 이어 또 침체에 빠질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탈리아 경제를 이 지경에 이르게한 베를루스코니는 정계를 떠나기는커녕,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다. 총리직에서 물러났다고 하나 복귀 노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보수 북부연맹은 이탈리아 정치를 주무르면서 변화에 저항하고 있다.

몬티는 새 정부 구성과 의회가 통과시킨 긴축안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부자세를 징수해 1000억 유로를 조달하고, 부동산세를 부과해 수십 억 유로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유재산 매각을 통한 150억 유로의 재원을 확보하고, 2026년까지 연금 지급연령을 67세로 상향 조정하는 한편, 3만 명의 공무원 감원, 노동시장 유연화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부자세는 중도 좌파와 노동조합의 지지를 받지만 보수 우익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세 또한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연금 수급 연령 상향조정은 노조와 일부 정당이 반대하는 사안이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는 기업인들은 반기지만 노조가 극렬하게 반대하고 비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몬티는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정책을 실행하든 국민들의 단합된 지지를 받기는커녕 좌우파 정치인들과 노사 양측, 남녀노소의 협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고립무원의 외로운 처지에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저성장속에 곳간이 비어도 빚으로 살면서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아래 나른함을 즐기던 기성 정치권과 지지세력인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그의 말을 반길 리 만무하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그에 대한 항복 선언이며, 그가 내릴 처방전이 약효를 드러낼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하다. 딱딱히 굳은 살은 사람에게 아픔만 줄뿐이요, 윤기잃은 허물은 뱀의 시야를 가릴 뿐이다. 생살을 돋게 하고 시야를 밝게 하기 위해서는 굳은 살을 베어내야 하며, 나뭇가지나 돌부리에 몸을 비벼야만 한다. 기성의 껍질,안주의 미몽에 빠진 이탈리아에 필요한 것은 바로 생살을 찢는 아픔이다. 그것이 한국 정치권이 이탈리아 사례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다.




박희준 국제부장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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