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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의 약속>, 브레이크 없는 사랑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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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브리핑]

<천일의 약속> 5회 월-화 SBS 밤 9시 55분
어제의 이야기

그동안 눌러왔던 아픔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재민(이상우)으로부터 서연(수애)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안 지형(김래원)은 서연과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결국 “결혼이 일주일도 안 남은 놈이 뭘 어떻게 하겠냐”는 장재민의 다그침에도 불구하고 서연을 찾아가 치료를 권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서연은 더 괴로워하고 지형에게 아픈 말만 남긴다.

Best&Worst
Best: 지형과 서연의 이별로 시작한 <천일의 약속>은 그동안 서연의 기억에 의지해왔다. 지형이 향기(정유미)와 원치 않는 결혼을 준비하는 동안 행복한 과거를 떠올리는 것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튀어나오는 기억을 지우지 못하는 것도 대부분 서연의 몫이었다. 그래서인지 약혼녀에게 집중하지도 못하면서 서연에게 관심을 거두지 못하는 지형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사랑보다 “한심한 놈”의 미련으로 보이기도 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내가 후회한다는 걸 서연이가 알았으면” 좋겠다는 지형이 더이상 “부모님 실망시켜 드리는 거 두려웠고 날 기다려준 사람 외면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핑계에서 벗어나 서연에게 달려갔다는 것은 지형의 다른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평소에는 석고상처럼 굳어있지만 한 여자와 있을 때만은 목소리가 커지고 활짝 웃는 지형의 바보 같은 순애보는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Worst: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 순탄해보지만은 않는다. 지형이 다가갈수록 서연은 더욱더 비참해지고 있기 때문. 하필이면 검사 예약을 아버지의 병원으로 잡은 지형의 생각이 다소 짧아서만은 아니다. “난 환자가 아니라고 해도” 언젠가 모든 기억을 잃어갈 것을 서연 자신이 알기 때문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무슨 일을 해줄 수 있는” 병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형이 아무리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검사를 받으라 해도 “착한 남자 흉내 그만 내고 꺼져”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서연과 그녀를 향한 지형의 사랑은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다. 15회가 남은 이 드라마의 슬픔의 깊이는 그래서 더욱 가늠할 수 없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남루해야 하는” 서연의 삶에서 지형의 순애보는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아프지만 멈출 수 없는 잔인한 멜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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