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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다시 시작될 美·中 환율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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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 재정위기로 국내외 경제여건과 금융시장이 뒤숭숭한 가운데 다음 달 3일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중국을 염두에 둔 환율전쟁을 지난해에 이어 다시 시작할 모양이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11일 미국 상원에서 사실상 중국 위안화를 겨냥해 저평가된 환율을 부당한 보조금으로 간주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기업과 노동조합이 상무부를 상대로 외국정부의 환율조작 의혹 조사를 요구할 수 있는 '환율감시 개혁안'을 통과시키면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이번 법안을 지지하는 일부 의원들은 위안화 가치가 40% 정도 저평가돼 있어 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비슷한 내용의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통과를 저지했던 공화당의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소위 부자감세에 대한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위안화와 중국으로 돌리는 국면전환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미국의 움직임에 예상대로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는 등 양국 간 정치적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환율전쟁의 수위가 높아질 경우 글로벌 보호주의로 이어지며 무역마찰이 커지는 한편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G2(미국ㆍ중국)에 대한 높은 수출 의존도와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입을 감안하면 수출시장의 축소 위험이나, 환율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안은 앞으로 어떻게 귀결될까. 단정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몇 가지 이유로 당장 미국이 중국에 위안화의 대폭적인 절상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첫째, 미국 재무부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중국을 자극하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 경제의 둔화 우려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재정 정상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문제는 향후 FRB의 추가적인 양적완화 시행이나 미국 시장금리의 안정을 위해서는 총 국채발행 잔액의 약 12%를 갖고 있는 중국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감안하면 설사 환율감시 개혁안이 하원을 통과한다 해도 대통령이 거부할 개연성이 크다.

둘째,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이 미ㆍ중 간 갈등이나 대폭적인 위안화 절상을 원치 않을 것이다.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저렴한 생산비용과 부품조달의 편리성 등의 이점으로 생산기지를 중국 등 아시아로 이전했으며, 중국의 막대한 내수시장을 겨냥해 중국 진출이 활발한 상태다. 중국은 미국 기업에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시장이다. 따라서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피해나 급격한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비용상승을 기업들이 반기지 않는다.
셋째, 미국이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도움이 필요하나 유로존은 이를 원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유로존의 국채매입이나 은행권 자본확충 등 금융위기 극복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중국의 심기를 굳이 불편하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위안화 절상 압력에 유럽이 동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오히려 클 것이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본다면 환율전쟁에 대한 부담감이나 실현 가능성은 지난해에 비해 낮다고 여겨진다. 그렇다고 없던 일이 되기도 쉽지 않다. 아마 G20 정상회담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투표권 확대 등이 진척된 이후 중국은 물가부담 완화 및 해외시장 진출 등에 도움이 되는 수준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속도로 위안화의 절상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재정 및 통화정책에 한계를 가지고 있는 미국이 정치적인 관점에서 위안화를 계속해서 압박하려는 유혹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인 만큼 정치적 갈등은 어떤 형태로든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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