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동반성장 모범사례’에 업계 안타까움

반목 치닫는 ‘태블릿 同志’  KT-엔스퍼트의 ‘네탓’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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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안드로이드 태블릿PC를 출시하며 공생과 동반성장의 모범사례로 꼽히던 KT-엔스퍼트간 비즈니스협력에 균열이 생기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얘기의 핵심은 간단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중소기업과 그밑의 협력업체까지 줄줄이 도산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KT가 당초 ‘독점 공급’을 전제로 아이덴터티라는 태블릿PC를 대량 구매한다는 협약서를 체결했으나 시장 상황이 받쳐주지 못하자 구매를 차일피일 반년이상 미루면서 태블릿PC 제조업체인 엔스퍼트는 물론 50여개에 이르는 협력업체까지 함께 무너질 위기에 봉착했다는 얘기다. 양사가 그 동안 통신사와 단말사 간 ‘중기 상생’의 표본으로 회자돼 왔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엔스퍼트(대표 이창석)는 인스프리트가 2006년 설립한 단말기 제조사로, 지난해 8월 국내 첫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태블릿 ‘아이덴티티탭(IDENTITY Tab)’을 KT 전용모델로 내놓았다. 엔스퍼트는 ‘K패드’로 불린 이 제품에 이어 올해 3월에는 후속모델인 ‘아이덴티티 크론’도 출시했다.


KT(대표 이석채)에 대한 엔스퍼트의 반발은 KT가 제시했던 독점 구매가 이행되지 않아 재고물량이 그대로 창고에 쌓이면서 누적돼 왔다. 엔스퍼트에 따르면, 이 회사가 KT 전용 태블릿 개발에 협력하면서 약속받은 발주 물량 규모가 20만대, 560억원 규모에 달한다.

엔스퍼트는 지난해 9월 KT와 공동개발한 국내 첫 안드로이드 태블릿PC ‘아이덴티티탭’(위)을 출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엔스퍼트는 지난해 9월 KT와 공동개발한 국내 첫 안드로이드 태블릿PC ‘아이덴티티탭’(위)을 출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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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국내제품으로의 첫 태블릿PC 출시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엔스퍼트는 ‘독점 공급’ 약속에 따라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했고, KT 입장에서는 아이패드로 촉발된 태블릿시장에 선제 대응한다는 점에서 당시만 해도 양사의 의기투합은 동반성장의 바람직한 모범사례로 거론됐었다.


여기에는 2009년 당시 매출 890억, 시가총액 1400억원에 달했던 엔스퍼트를 상대로 KT가 ‘독점 공급’ 제안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KT에 버림받았다”고 항변하고 있는 이 업체의 2011년 6월말 현재 매출과 시가총액은 각각 190억, 230억원으로 급갑했다. 거액을 들여 KT가 원하는 대로 맞춤형 제품을 생산했지만 7개월이상 재고물량이 쌓이면서 협력업체 미지급금 120억, 금융권 부채 220억원 등 짐만 잔뜩 끌어안은 형국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엔스퍼트 “KT, 구매약속 지켜라”
호기로운 ‘K패드’ 출시에도 불구, 시장 반응은 예상을 밑돌았다. ‘국내 1호 태블릿’이란 타이틀에도 OS 업그레이드 지연, 뒤늦은 구글 인증 등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고, 타사 태블릿PC제품의 출시가 이어지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엔스퍼트가 지난해 12월 밝힌 아이덴티티탭 판매량은 해외 수출 1만 5000대를 포함, 3만 5000대에 이른다. 지난 2월 처음 공개한 후속 태블릿 ‘아이덴티티 크론’에 대한 회사측의 판매 예상치는 ‘50만대’였다. 하지만 KT의 제안요청서(RFP)에 따라 제품을 개발해 출시까지 했지만 KT측이 약속한 물량에 대한 구매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KT와 엔스퍼트는 지난해 8월 ‘아이덴티티탭’.

KT와 엔스퍼트는 지난해 8월 ‘아이덴티티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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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스퍼트 관계자는 “KT와 총 20만대, 560억원 규모의 아이덴티티 태블릿PC 물량을 공급키로 약속을 받고 KT 전용모델 제품을 출시했지만 실제 공급된 것은 5만대에 그쳤다”면서 “지난 3월까지 20만대 물량 공급을 끝내기로 한 약속도 지켜지지 않아 회사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불만을 전했다.


당초 양사가 20만원대 보급형 제품 20만대(태블릿+SoIP) 공급을 전제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초기 3만대 공급에 그쳤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엔스퍼트가 막대한 보유 자재로 인해 경영난이 극심해졌다며 호소하자 KT와 엔스퍼트는 지난 3월 수정계약을 맺기에 이른다.


▲구매자금 및 운전자금의 대출(KT캐피탈) ▲신규 모델(E301) 공급 및 적극적인 마케팅 ▲SoIP(S200) 모델의 조기 공급 협력 세 가지가 수정계약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 약속도 E301의 2만대 공급 외에는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엔스퍼트측은 KT가 4항에 언급된 '이전 계획은 무효로 한다'는 조항을 내세워 시간벌기에만 급급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3가지 약속의 실행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4항은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 엔스퍼트쪽의 법리상 해석인 셈이다.


엔스퍼트 관계자는 제품 경쟁력이 미흡했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KT 요구에 따라 제품을 개발했고, KT가 함께 검수한 제품을 놓고 이제 와서 품질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20만~30만원대 보급형(K패드)과 고급형(아이패드 등)으로 태블릿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KT의 오판이 더욱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단행된 KT의 조직 개편도 양사 갈등의 골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엔스퍼트 협업을 총괄했던 당시 컨버전스&와이브로사업본부 폐지로, 태블릿과 SoIP 담당 부서가 갈리면서 핑퐁식 책임 떠넘기기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50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에 닥친 후폭풍이다. 기자재, 부품 공급을 협력하는 2, 3차 40여개 협력업체가 미지급금과 미해결 악성 재고로 연쇄 도산 및 부도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G사, M사, S사 등 40여개 업체가 120억원의 자재 보유 및 미지급금을 끌어안고 있는 실정이다.


KT “마케팅 최선 다 했는데 소비자들 냉담”
KT는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단말기 판매는 인기가 좌우하는데, 고객이 제품을 안 찾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항변이다. 예상 밖 시장 부진과 맞물려 아이패드 쏠림현상이 심한 국내 패드류 상황 역시 ‘KT+엔스퍼트’ 운신 폭을 좁힌 중요 요소로 제시됐다.


KT 관계자는 “엔스퍼트 측 입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들어완 애기"라며 "단말기 판매 부진에 따른 불만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마 'K패드’로 이름까지 붙이고 KT 광고도 강화했지만 고객이 찾지 않는 단말기를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오히려 반문했다. 보급형이 꼭 경쟁력이 없는 단말기는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구매 물량을 개런티하기 위해 KT는 KT명의로 단말기 일부를 직접 구매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KT관계자는 “판매분보다 KT 재고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만대 공급 물량이 줄어들고, KT가 사내에 지급하는 태블릿PC 모델로 애플의 아이패드2를 지정한 것이 엔스퍼트측을 자극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KT는 엔스퍼트 반발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입장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최근 사회 분위기 상 중기 상생을 내세운 대기업으로서, 중소벤처기업의 항변에 일일이 대응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KT는 지난해 7월, 중소기업과의 진정한 동반 성장을 위한 ‘3不(불)’ 정책을 선언하기도 했다.


현재 엔스퍼트는 KT에 대해 올해 말까지 제품 재고 및 보유자재(379억 상당)를 떨어내기 위한 최소 물량(총 6만대)의 공급 개시와 자체 5만대분 해소를 위한 80억원의 금융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요청한 9월 이후 2개월째 KT는 확답을 피하고 있다는 게 엔스퍼트의 전언이다.


엔스퍼트의 협력업체들은 “여의치 않을 경우, KT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와 금융감독위 제소는 물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항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서산간, 정보화 격차가 심화된 계층에 저가 혹은 무상지원 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태블릿PC재고 물량을 소진하는 방안에 대해 KT측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목을 거듭해온 양사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이덴티티탭 제휴 “그때는 좋았는데~”

반목 치닫는 ‘태블릿 同志’  KT-엔스퍼트의 ‘네탓’ 공방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해 8월 엔스퍼트가 아이덴티티탭을 처음 내놓았을 때 업계의 관심도 적지 않았다. 7인치 TFT-LCD를 탑재한 이 제품은 정전식 터치방식을 지원한다. 1㎓ CPU, 8GB 내장 메모리, DMB 등의 하드웨어와 더불어 조도센서, 중력센서, 3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안드로이드 2.1(이클레어) 탑재 후 지난 4월 안드로이드 2.2(프로요)로 업그레이드 됐다. KT와 엔스퍼트는 지난 3월, 후속 모델로 ‘아이덴티티 크론’을 내놓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와이파이(E301) 와이브로 모델(E302) 중 E302는 공급이 제때 안돼 출시 자체가 불투명하다.


‘크론’은 세계 최초 신개념 알루미늄 성형 기법인 아노다이징(Anodizing) 공법을 사용한 풀 메탈 보디를 적용해 향상된 그립감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프로요' OS와 안드로이드 마켓이 정식 탑재됐으며, 듀얼 DMB 기능을 실현해 업계 최초로 DMB와 스트리밍, IPTV, VOD 등을 한 화면에서 다채널로 볼 수 있다.


양사는 이후에도 지난 9월부터 홈미디어폰 ‘매직앨범’ 판매에 나서는 등 협력 관계를 이어갔다. 엔스퍼트는 지난 20일에는 내년 1분기 스마트폰 사업 진출 계획을 공개하면서 국내 이통사 대상 판매, 특히 KT 등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장 KT 달려가 데모라도 하고 싶다”
“문 닫게 생겼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KT 앞에 가서 데모라도 하고 싶습니다. 여긴 지금 KT 전화기도 쓰지 말자는 분위기 이며 불만이 폭발 일보직전 상황입니다.” KT문제 미해결로 엔스퍼트로부터 6억원의 대금 결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월공단 소재 하우징 업체 G사 사장이 토하는 울분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45억원. 관련 미지급금 총액은 현재 9억원에 달한다는 것.


지난 2월부터 엔스퍼트 결제가 이뤄지지 않아 직원들 월급을 못 주는 것은 물론, 재하청 준 업체로부터 대금 독촉이 이어지면서 사채 개인추심원들이 회사에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지경이라고 사장은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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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스퍼트에 공급한 케이스는 무엇보다 이 업체가 특허를 받아 처음 생산, 공급한 것이라 더 안타깝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쪽 계통에서는 사회적으로 이미 큰 문제가 됐습니다. KT가 풀어줘야 할 텐데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이토록 힘들게 하면 도대체 어떻게 상생과 공생이 이뤄질 수 있겠습니까.”


이 회사를 포함, 다수의 협력업체 다수가 현장을 찾아가 데모를 하든지 소송 등 실력행사를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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