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하루장사 망치면 누가 책임지나"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J식당. 삼계탕을 전문으로 파는 이 식당 주인 김인모씨는 '범외식인 10만 결의대회'가 한창이던 18일 오후 "수수료 내려달라고 하루 문 닫으면 몇달치 수수료 펑크난다"면서 허탈한 목소리를 냈다. 기자가 찾아간 오후 1시30분께 가게에는 손님이 한 팀도 없었다.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카드 수수료 1.5% 정도 낮춰달라고 하루 영업을 쉰다고요? 우리 가게 한 달 매출이 잘 해야 250만원입니다. 절반 조금 넘게 남아요. 계속 떨어집니다. 수수료 1.5% 내려달라는 집회 하려고 하루 문 닫으면 몇 달치 수수료 펑크납니다. 저한테는 별로 와 닿지를 않네요"
식당 업주 약 5만명(경찰추산)이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하는 '10만 범외식인 결의대회'를 하려 서울 잠실운동장에 모인 18일 오후 1시30분께 만난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삼계탕 전문 J식당의 사장 김인모(남ㆍ51)씨는 이번 대회가 딴 세상 일이라는 듯 이렇게 말했다. "오늘 모인 5만명은 종업원 여럿 둬서 주인이 자리 좀 비워도 괜찮은 식당들 이었을 것"이라는 김씨에게 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한 집회는 사치스러워 보였다.
당장 하루하루를, 한 달 한 달을 버텨내기가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는 목소리를 내는 것 조차 버거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보완 없이는 카드 수수료를 아무리 깎아줘도 돌파구가 없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협회(한국음식업중앙회)에 알려지면 안 되니 사진은 찍지 말아달라면서도 "얘기는 좀 들어보시라"며 기자를 불러앉힌 김씨는 "잘 보시라. 우리 가게에서 요즘 한 달에 카드로 결제되는 돈은 100만원 정도다. 이 중에 3만원 정도가 수수료다. 장사가 하도 안돼서 하루에 10만원 파는 것도 버겁다"면서 "점심대란?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사정이 우리만 못한 사람들도 많은데 감히 문을 어떻게 닫겠느냐"고 토로했다.
15평 남짓한 김씨의 가게에는 아직 점심시간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았는데도 손님이 아예 없었다.
같은 구 운니동에서 10평 남짓한 규모의 설렁탕 가게를 하는 이미숙(47ㆍ여)씨는 결의대회 얘기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사실 이번 모임은 조금 이해가 안 된다. 이 골목 사장들 사이에서는 협회가 뭔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대회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들도 나온다"면서 "물론 고생들 하는 건 알지만, 결국 우리한테 뭔가 현실적으로 돌아오는 결과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씨 가게는 원래 종로구에서 유명한 식당이었다. 문을 연 지 올해로 20년째다. 한 때는 월 매출이 1000만원은 거뜬히 넘었는데 지금은 300만원 될까말까 한다. '음식장사는 딱 반이 남는다'는 속설이 있다지만 이씨는 "그것도 옛날얘기"라면서 "재료값 올라서 절반 남겨먹기도 힘들다"고 했다.
이씨는 "한 3년 전에 요 근처에 대궐같은 한식당이 하나 들어왔는데, 점심메뉴까지 따로 만들어서 손님을 쓸어간다"면서 "동네 구멍가게 지키려고 난리들인데, 우리처럼 작은 가게들 몰려있는 곳에는 큰 식당이 함부로 못들어오게 좀 해주면 좋겠다. 카드수수료 내리는 게 급선무가 아니다"고 했다.
김씨와 이씨 가게가 있는 골목에는 식당이 각각 10여개씩 들어서 있는데 이날 문을 닫은 곳은 한 군데도 없없다. 이씨는 "인건비 아끼려고 아주머니도 내보냈는데 어떻게 내가 거기(결의대회)에 가겠느냐"고 되물었다. 카드 수수료 인하보다 더 절박한 현실이 영세한 식당들을 옥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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