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학습부진 해결방안-놀다놀다

[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서울시 강서구 소재 A중학교에 다니는 이주희(15)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침마다 '학교에 가기 싫다'며 자신의 어머니와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였다. 성적은 항상 중하위권으로 부모님과 담임교사로부터 '공부 좀 열심히 해'라는 소리를 달고 살았던 이 양은 늘 자신감이 없고 친구들과도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영어성적은 늘 50점을 밑돌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올해 들어 기적같은 일이 발생했다. 50점에 머물던 영어성적이 80점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성적이 오르니 태도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수업시간에도 먼저 나서서 질문을 하고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상담사 역할도 자처한다. 이제 다음은 수학과 국어 성적도 올릴 차례다. 이양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또 그가 더 나은 성적을 받기 위해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공부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학교 선생님과 학원의 평가전문가로부터 맞춤 상담을 받아봤다. <편집자>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벤포스타는 스페인의 어린이 공화국으로 '아이들의 자치활동'으로 유명하다. 스페인어로 '무차초스'라고 불리는 어린이들이 도시를 직접 운영한다. 돈키호테의 후예답게 이 마을을 이끄는 대통령도 당연히 어린이다. 교육부 장관이나 은행장까지 막중한 책임을 아이들이 직접 맡는 것은 물론이고 중요한 마을의 현안도 아이들이 모인 주민 총회에서 토론을 거쳐 투표로 결정한다. 재미있는 것은 벤포스타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모두 '주급 명세서'를 받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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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라는 이름을 가진 열 여섯 살짜리 아이의 주급 명세서를 들여다 보자. 이 아이는 수업에 참석한 대가로 392코로나(벤포스타의 화폐단위)를 받고, 공공 봉사활동을 한 대가로 20코로나를 받아 수입이 412코로나이다. 여기에서 사회보장 분담금으로 49코로나를 떼고, 363코로나를 받는데 이 돈으로만 생활비를 충당해야 한다. 어른들이 생활을 위해 일을 하고 급여를 받는 것처럼 벤포스타의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한 공동체 활동으로 간주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마을에선 공부를 하는 것도 노동행위와 같은 평가를 받는다. 학교 수업에 출석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받은 돈으로 자기 생활비를 대야한다.


벤포스타를 굳이 들먹이는 이유는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떠올리기 위해서다. 계약을 준수함으로써 아이들이 얻게 되는 분명한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활비를 스스로 버는 것이 독립심을 기르고, 또 자치활동을 통해 인격을 존중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벤포스타의 실험처럼 중학생들이 학업성적을 올리는 등 자신감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활동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성과 달성의 기쁨을 맛보게 해야 한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이 새롭게 꼽고 있는 학습방법이다. 아이들을 믿어주고 스스로 좋아하는 학습환경을 만들어주면 공부를 잘하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영어 뮤지컬 동아리를 통한 자신감 회복=지난해 주희양의 학교에는 '영어뮤지컬 동아리'가 생겼다. 주희는 평소 영어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노래를 워낙 좋아했던 터라 노래를 배우겠다는 마음에 오디션에 지원했다. 그리고 덜컥 주연으로 발탁됐다.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에 주희는 자신이 부를 노래들을 꼼꼼히 챙겨야겠다는 욕심이 절로 생겨나 가사를 받아 적고 모르는 영어단어를 찾아봤다. 의미를 알고 노래를 부르다보니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영어단어와 문장이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지난해 1학기까지 50점을 넘지 못했던 영어 성적이 2학기에는 60점, 올해 1학기에는 80점까지 올랐다. 이렇게 영어 성적이 오르니 부모님과 교사로부터 칭찬을 받게 되면서 주희의 자신감은 더욱 높아졌다. 그는 "전에는 영어뿐 아니라 다른 과목들도 조금 해보다가 어려우면 그만 두곤 했는데 지금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주인공의 기회를 만들어주니 그 역할에 맞게 아이가 성장한 것이다.


◆교사가 보여준 애정으로 심리적 안정=주희가 활동하는 영어뮤지컬 동아리를 지도하는 교사는 선발과정에서부터 기존의 기준에서 탈피하고자 애썼다. 그는 '영어'보다는 '뮤지컬'에 초점을 맞춰 노래를 좋아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덜어줄 필요가 있는 학생들을 위주로 선발했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딱히 없다. 학교에서 체험활동까지 학습 부담을 주는 것보다는 일단 즐기는 학습위주로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시도해 봤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하더라"고 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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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의 상담전문교사는 "심지어 우리 학교 애들이 아닌 경우도 상담을 하고 나면 먼저 달려와서 안기고 문자도 보낸다"며 "관심을 받지 못해 외로움을 느끼던 아이들이 체험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보여주고 친밀감을 느끼도록 접근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표시하기 위해 일일이 이름을 외우고 인사를 건넨다"고 말했다.


◆학교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A중학교는 영어 동아리 외에 합창과 연극, 요리, 제과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야말로 소외된 이들 없이 모두가 참여하는 동아리 공화국이다. 물론 공화국 운영의 주체는 학생들이다.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학교자체에서 전문 강사를 채용하고 기자재를 마련하기 위한 비용이 들었지만 이 학교는 과감히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일선 교사들이 꺼리는 전임강사제도 학교측에서 적극적으로 장점을 홍보해 받아 들였다. 현재 이 학교에서는 3명의 전임강사들이 담임교사와 함께 수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개별 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에게 일대일 지도를 하거나 수업 시간내 쪽지 시험을 치러 바로 채점해서 알려주는 등의 방법으로 학업능력이 뒤처지는 학생들의 수업적응을 돕고 있다.


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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