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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의 버핏'이 부르는 사우디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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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 부처가 손녀와 함께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블룸버그뉴스).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 부처가 손녀와 함께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블룸버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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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지난 2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이 오는 2015년 자국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한 지 이틀 뒤 제다 법원에서 운전하다 적발된 여성에게 태형 10대를 선고했다. 사우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하는 나라다.

이에 비난 여론이 들끓자 압둘라 국왕은 법원에서 선고한 태형을 하루만에 철회했다. 사우디 여성운동가들이 환영하고 나선 것은 물론이다.
법원 판결에 반발하고 나섰던 사우디인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이가 알왈리드 빈 탈랄(56) 왕자와 아미라 알타윌(27) 왕자비다. 알왈리드 왕자는 압둘라 국왕의 조카다.

왕자의 세번째 부인인 아미라 왕자비는 태형 선고 철회 결정이 나오자 트위터에 "경애하는 국왕 덕에 태형이 취소돼 다행"이라며 "모든 사우디 여성이 정말 기쁘게 생각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알왈리드 왕자는 앞서 제다 법원에서 태형이 선고되자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결정"이라며 "사우디 사회를 후퇴시키고 국왕의 명성에 흠집을 내는 일"이라고 발끈했다.
지난 6월 아미라 왕자비는 미국 NBC TV의 아침 뉴스 프로그램 '투데이'에 출연해 사우디 여성에게도 운전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며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으며 이를 점차 쟁취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왕족으로서는 의외의 발언인지라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의 케리 돌런 기자가 알왈리드 왕자에게 텍스트 메시지로 "왕자비의 '투데이' 인터뷰가 국왕이나 왕자의 허락 아래 진행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알왈리드 왕자는 "그런 바 없다"며 "대신 왕자비가 NBC와 회견할 것이라는 사실은 미리 알려줬다"고 답했다. 그는 "내가 추구하는 것은 새로운 사우디"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혁명'이 아니라 '진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중 눈에 띈 것은 왕세자비가 사우디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걸치는 전통 베일인 '아바야' 대신 일반 양장을 입고 나왔다는 점이다. 사우디 왕족 여성 가운데 공공장소에 아바야를 걸치지 않고 나타난 이는 아미라 왕자비가 최초일 듯하다. 그러나 알왈리드 왕자의 지지 없이 아미라 왕자비의 행동이 가능했을 리 만무하다는 게 많은 이의 생각이다.

포브스는 알왈리드 왕자의 재산이 196억 달러(약 22조9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는 세계에서 26번째로 돈 많은 억만장자로 사우디 최고의 부호다. 시사주간 타임은 그를 '아라비아의 워런 버핏'으로 지칭한 바 있다.

알왈리드 왕자는 시티그룹, 애플, 포시즌스 호텔 등 여러 기업의 대주주다. 더욱이 그는 여권 신장을 지지하는 인물로 자신이 이끄는 투자업체 킹덤 홀딩에서 많은 여성이 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킹덤 홀딩의 여직원들은 사무실에서 아바야를 착용하지 않는다.

이들 여직원이 입고 다니는 간편한 옷은 킹덤 홀딩에서 연봉과 별도로 지급하는 '의류수당'으로 산 것이다. 알왈리드 왕자는 많은 여직원에게 요직을 맡겨왔다. 지금은 사우디 최초의 여성 파일럿을 양성하는 데도 투자하고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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