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기획]상-게릴라 같은 불량군납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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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군대는 병참(兵站)으로 이긴다'는 로마의 격언이 있다. 전쟁의 승패를 가늠하는 전투병의 경쟁력은 결국 병참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군사력 기준 세계 8위의 강군으로 성장한 국군도 병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방산비리는 여전히 군의 고질병이다. 급기야 군 검찰도 28일 방산비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장병들의 먹거리부터 최신 첨단 무기까지, 강군(强軍)이 되기위한 필수 조건인 군 병참의 현황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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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벌어지고 있던 국회 국방위 대회의실. 정미경 한나라당 의원이 마이크를 잡자 장내엔 일순 긴장감이 흘렀다. 정 의원은 "A업체가 발암물질이 함유된 식품을 버젓이 군에 납품했다"고 말했다.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뒤이어 나온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정 의원은 "A업체는 식약청에 적발돼 수입이 금지된 '토마토 후레바'를 불과 2개월후에 수입선을 바꿔 수입한 뒤 군에 납품했다"고 지적했다. 토마토 후레바는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을 함유하고 있다.

장병들의 사기와 전투력을 유지하는 것은 머니머니해도 먹거리다. 예전에 비해 장병들의 먹거리 품질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군납 식품업체들이 위생 불량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위생불량으로 적발된 군납식품업체 수는 20개다. 군에 식품을 납품하는 139개 업체 중 지난 2005년부터 위생불량으로 2회 이상 지적받은 업체는 총 28곳이나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불량으로 지적된 이후에도 별다른 제재조치가 없다는 점이다. 군에 김치를 납품하는 K기업의 경우 2007년부터 4년 연속 위생불량으로 적발됐다. 김치를 생산하는 시설 기준을 위반했거나 자체품질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등 매년 적발 내용도 달랐다. 하지만 K기업이 받은 행정처분은 2007년 시설을 고치라는 명령에 이어 올해 10만4000원의 계약금 감액이 전부다. K기업은 내년에 다시 군에 김치를 납품하기위한 입찰이 가능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우선 군납 물품의 위생여부를 점검하는 기관이 국방기술품질원과 식품의약안전청(식약청)으로 이원화돼 있다. 그런데 국방기술품질원은 위생 불량업체에 대해 영업정지 등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법권이 없다. 기술품질원은 군납업체의 규격, 납품기한에 대해서만 간섭할 수 있다. 유일한 제재방법이 있다면 입찰할 때 감점처리하는 것이나 이 정도로는 실효성이 없다.방위사업청의 관리감독에 큰 구멍이 뚫려있음은 물론이고 식약청과 방위사업청간의 업무 협조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장병들이 전투를 위해 착용하는 군복이나 군화 등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육군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김모 훈련병은 행군 도중 전투화의 뒷급이 떨어져나가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지급받은 지 한달도 안된 전투화였다.


이 전투화는 보훈복지단체 등 11개 업체가 단체로 납품한 전투화다. 국방부 감사결과 11개 전투화 제조회사 중 5개 제조사가 납품한 5000여켤레가 불량으로 드러났다. 보훈복지단체들이 군납을 계약한 건수는 지난해 피복과 군화만 114건, 금액 기준으론 1350억원에 달한다. 이들 단체들은 군과의 특수 관계를 이용해 군납업체 지위를 획득했지만, 품질관리는 엉망이었다.


보훈복지단체는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수익창출모델로 국가계약법에 의해 혜택을 받아오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수의계약이 없어졌지만 이 가운데 국가유공자자화집단촌과 상이단체,장애인복지단체 등은 여전히 수의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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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관계자는 "군에 납품되는 먹거리는 결국 우리의 아들 딸들이 먹게 되는 것"이라며 "군납비리를 뿌리뽑는 것이 국군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미경 의원은 "장병들이 먹는 먹거리로 장난치는 업체는 '일벌백계'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며 "가족에게 먹일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겠다는 각오가 업체와 군,방위사업청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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