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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광풍에 속아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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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 제물포역세권재정비지구 350여 가구 주민들, 최근 주택 가압류 당해...비싼 값에 사겠다는 민간시행사 말 믿고 계약했다가 사업 취소되는 바람에 다 물어 낼 판..,집 팔기 어렵고 대출도 힘든데 어떻게 갚나 '한숨'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가진 거라곤 달랑 평생 아껴서 마련한 낡은 집 한 채 뿐인데, 민간 시행사 말만 믿었다가 날려 버리게 생겼다."

인천 남구 숭의동 일대 '제물포역세권도시재정비사업 지구'에 사는 주민 김선아(가명)씨가 털어놓은 억울한 사정이다. 그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살고 있는 아파트를 가압류한다는 통지서를 받았다고 한다. 재정비 지구로 지정된 후 민간사업시행사에게 집을 팔기로 하고 받았던 계약금과 중도금 3000여만 원을 도로 갚지 않으면 집을 경매에 넘기겠다는 통보였다.
김 씨는 평생 모은 돈으로 지난 2005년 1억 원짜리 작은 아파트를 마련해 이 곳으로 이사왔다. 작고 낡았지만 전세를 전전해 오던 김 씨가 평생 처음으로 마련한 '내 집'으로, 때만 되면 이사 갈 걱정하지 않고 편히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그러나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 불기 시작한 '재개발 광풍(狂風)'이 문제였다. 지난 2007년 김 씨의 아파트가 위치한 남구 숭의5동 60-5 일대는 인천시에 의해 '제물포역세권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반대 의견도 많았지만, 김 씨는 낡은 집을 비싼 값에 팔고 좀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이러던 중 민간사업시행사인 H사가 주민들에게 "공영개발 보다 시세의 40%의 웃돈을 얹어 주겠다"며 집을 팔라고 제안했다. 김 씨를 비롯한 350여 가구가 이 같은 제안에 혹해 주택ㆍ상가 매매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금 10%, 중도금 20% 등 집값의 30%를 받았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 사이에 재개발 사업에 대한 찬ㆍ반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때마침 불어 닥친 부동산 시장 침체 바람까지 겹쳤다. 이에 인천시가 주민의견 수렴 및 사업성 저하 등을 이유로 지난 2010년 초 전격적으로 지구 지정을 철회하는 바람에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재개발 사업이 취소되자 H사에게 돈을 빌려 줬던 금융회사들이 대출금 회수에 나섰다. 금융회사들은 시행사가 돈을 못 갚자 결국 주민들을 상대로 채권 행사를 위해 가압류를 통보했다. 주민들이 돈을 갚지 못하면 집을 경매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김 씨를 비롯한 350여 가구의 주민들은 '패닉 상태'다. 재개발 사업 취소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받은 돈은 이미 대부분 써버렸다. 나이 많은 서민들이 대다수여서 목돈을 마련해 돈을 갚기도 어렵다. 할 수 없이 집을 팔아야 하는데, 요즘 같은 부동산 불경기에선 누가 집을 사려고 하지도 않는다.

은행 대출을 받아 돈을 갚으려 해도 최근 가계 대출이 엄격해지는 바람에 어려워졌다. 일부 주민들은 인천시에 대책을 촉구했지만 "개인 간의 거래로 우리는 책임이 없다.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재개발을 취소한 만큼 지구 재지정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냉대에 속만 끓였다.

김 씨는 "이대로 있다가는 이자에 몰려 그냥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라며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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