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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100만 관객을 움직인 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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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100만 관객을 움직인 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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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의 동명 원작을 영화로 옮긴 <도가니>가 개봉 5일 만에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첫날 13만 관객(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기준)을 모은 이 영화는 26일 전국 11만 5000여 명을 모으며 누적 관객수 103만 명을 기록했다. 관객점유율은 60%에 육박하고 예매점유율 역시 27일 오전 7시 현재 44%를 기록 중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데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들추는 묵직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흥행은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놀라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가니>가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영화와 원작소설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도가니>는 2005년 청각장애인 특수학교 광주인화학교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사건을 ‘무진’이라는 가상의 소도시로 옮겨 극화한 작품이다. 실제 사건은 당시 MBC 을 통해 보도되고 가해자들이 구속되기에 이르렀지만 법은 더 이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 했다. 천인공노할 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적절한 처벌을 받지 않았고 결국 최종 판결에서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풀려나 복직했다. 이는 <도가니>를 <살인의 추억>이나 <그놈 목소리>, <아이들...> 같은 미해결 사건과 구분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후자의 세 영화가 인력의 한계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토대로 한다면 <도가니>는 부패한 권력과 사회적 무관심이 해결을 외면한 사건을 그린다.
영화는 차분하게 사건을 조명하면서 관객의 분노를 끌어올린다. 영화에 몰입하는 관객의 에너지, 영화를 전파시키는 입소문의 에너지는 대부분 공분에서 시작된다. 공분의 토대는 무력감이다. 권력의 비호 속에 있는 죄인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무력감은 분노의 대상을 확장시킨다. 가해자들이 구속돼 재판을 받을 때까지 관객들의 분노는 파렴치한들에게 향하지만, 정작 재판 후에는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권력으로 옮겨진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외면하는 공무원들과 ‘전관예우’라는 미명 아래 펼지는 권력자들의 암거래에 관객의 분노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영화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사건에 개입하기보다는 되도록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려 한다. 무리하게 사건 속으로 파고들어 관객의 감정을 강요하고 선동하려 하지 않는다. 영화 속 관찰자들은 사실상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있는 관객과 거의 동일한 처지다. 황 감독은 <도가니>를 만든 이유에 대해 “행동을 강요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만든 게 아니라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도 대부분 모르고 지나간다는 점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연출했다”고 말했다. <도가니>처럼 보고나면 죄책감마저 드는 무거운 영화가 흥행하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수많은 부조리에 대한 분노를 억누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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