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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와 정조의 토론 수업은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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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왕이 되기 위한 교육인 '서연'에서 나쁜 평가를 받으면 맏아들이어도 왕이 될 수 없었다. 그만큼 조선 왕가의 공부는 엄격했다. 1394년 태어나 1404년에 세자로 책봉된 양녕대군은 서연을 게을리 해 세자 자리에서 쫓겨났다.

천성적으로 공부를 싫어했던 양녕대군과 달리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와 토론에서 영특한 모습을 보였던 정조는 할아버지였던 영조와 문답식 대화를 자주 주고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토론 수업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살펴보면 대략 이렇다.
정조가 11살이던 1726년 3월30일, 영조는 정조에게 '대학'을 읽고 뜻을 말하게 한 뒤 문답을 주고받았다. 영조가 먼저 물었다. "소인이 군자를 보고 가리는 것은 어떤가?" 정조가 답한다. "잘못입니다." 영조가 다시 "어떻게 해야 좋은가"라고 묻는다. 정조가 "처음부터 악을 행하지 않아야 합니다"라고 답하자 영조가 "좋다"는 말로 칭찬한다.

정조가 이어 '논어' 욕기장과 '맹자' 양혜왕편을 외우자 영조가 다시 질문을 던진다. "나라에 임금을 세우는 것은 임금을 위해서인가, 백성을 위해서인가?" 정조는 "군사를 세우는 것은 백성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영조는 "군사의 책임을 능히 한 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내놓고, 정조는 "요임금과 순임금과 같은 삼대의 임금이 모두 그러했고, 삼대 이후엔 능한 자가 적었습니다"라는 답변을 한다.
영조는 이에 "네가 비록 글을 잘할지라도 조상을 잊거나 신하를 나쁘게 대하고 백성을 돌보지 않는다면 참으로 이로울 것이 없다. 이 말은 사각에 보관하되 금등의 궤를 만들어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말로 토론 수업을 마무리 한다.

이 수업 내용을 보면 영조는 정조에게 단답형 대답이 아닌 서술형 대답을 계속 요구한다. 문답을 주고받으면서 정조가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영조가 세상을 떠난 뒤 정조는 그 뒤를 이어 22대 왕에 올랐으며, 끊임없는 공부로 지혜를 쌓은 정조의 치세는 조선의 마지막 태평성대로 평가 받았다.

영조와 정조의 토론 수업을 비롯한 조선 왕가의 공부법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왕가의 전인적 공부법(미다스북스 펴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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