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예술인을 꿈꾼다! - '아가씨와 건달들' '버디버디'의 이용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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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애초 이용우(32)는 연기하는 자신을 단 한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를 졸업하고 성공적인 현대 무용가의 삶을 살던 이용우가 연예계에 발을 담근 것은 순전히 '돈' 때문이었다. 외부 지원이 전무한 현대 무용극의 진행비를 마련하려고 그는 잡지 화보와 지면 광고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그런데 점차 대중으로부터 반응이 왔다. 특히 이용우가 자유로운 춤사위를 선보인 모 신용카드의 트렌디한 광고는 단번에 그를 여러 기획사들의 영입 1순위로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이용우는 '연예인'이 됐다. 2009년에는 그에게 '김혜수의 남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한 TV 드라마 '스타일'에 출연하며 연기라는 것도 처음 해봤다. 이상했다. 부담감 전혀 없이 쉽게 시작한 일이었는데, 연기자로서의 책임감과 승부 의식이 그 안에서 스멀스멀 피어나기 시작했다.


'무사 백동수' '버디버디' 등 일련의 TV 드라마와 영화 '마이 미니 블랙드레스' 등 지난 3년 동안 여러 장르를 두루 거친 이용우의 최근 도전은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의 '스카이'다. 지난 8월부터 두 달 동안 껄렁껄렁한 '마초남' 스카이로 살았던 이용우는 오는 9월 18일 드디어 두 번의 서울 '막공'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스카이와의 영원한 이별은 아니다. 오는 10월부터 연말까지 '아가씨와 건달들'은 기존 출연진들이 모두 함께 하는 울산과 전주 등의 지방 로드쇼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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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에게 뮤지컬은 전혀 '호감' 장르가 아니었다. 평소 '쇼'적인 느낌이 강한 뮤지컬은 고리타분하다고 여겨 한 편도 본 적이 없었다. 이런 그의 마음을 돌린 것은 순전히 이지나 연출가였다. '헤드윅' '광화문연가' '거미여인의 키스' 등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뮤지컬ㆍ연극 연출가인 그는 이용우에게 뮤지컬의 매력을 일깨웠다. 현대 무용가인 이용우를 배려해 이지나 연출가는 '합 合'이라는 뮤지컬의 대전제를 살짝 접었다. 그는 이용우가 몸과 마음이 반응하는 대로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춤을 추도록 허락했으며, 원작의 노래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자연스러운 대사들로 스카이를 채웠다. 또한 마초적인 느낌이 강했던 원작의 스카이는 평소 이용우의 모습이 투영된 4차원의 엉뚱한 남자로 변했다.


하지만 뮤지컬 무대는 이용우에게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아가씨와 건달들'을 연습하는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이용우는 기술적인 한계를 많이 느꼈다.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똑같은 공연을 반복해야 하는 것에 체력적인 부담도 상당했다. 다행히 공연 초반 지적됐던 발성 불안이나 연기력 미숙 문제는 많이 좋아졌다고 자평한다. 가장 큰 문제였던 노래도 편해졌다. 공연 시작 전, 이지나 연출가는 극 중 이용우가 부를 노래를 "노래도 아니다" 라고 했지만 '생초짜'인 이용우에게 '아가씨와 건달들'의 노래들은 올라도 올라도 정상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산이었다. 말론 블란도의 주연한 1955년 작 영화도 찾아보고, 연습이 끝난 후에도 연습실에 혼자 남아 노래 연습도 계속 했다. 순전히 오기에서 시작된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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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무지 노래 실력이 늘지 않았다. "안 하던 사람이 잘 부르려고 하면 더 이상하게 더 못하게 들린다"는 이지나 연출가의 말은 이용우의 가슴을 쳤다.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잘 하건 못 하건 그저 '이용우' 식으로 부르는 것이 정답인 것 같았다. 매 공연 그는 그 때 기분과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노래를 불렀다. 영리한 선택이었다. 노래가 편해지니 연기도 절로 '릴렉스'됐다. 여전히 그의 스카이는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상태지만, 이용우는 적어도 전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그만의 스카이를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용우의 다음 프로젝트는 현대 무용극 연출이다. 지난 2년 동안 연출을 잠시 쉬었던 그는 오는 10월 5일 열릴 대규모 국제 행사를 위해 무용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과 함께 실험적인 무용극을 준비하고 있다. 안무는 물론 극의 줄거리까지 모두 그의 머리 속에서 나올 예정인 100% 창작극으로, 관객들에게 쉽고 편하게 다가가는 것이 1차 목표다. 춤과 내러티브에 극 말미에는 묵직한 메시지도 담은 이번 프로젝트를 끝내면 그는 백남준 스타일의 비디오 아트도 한 편 연출할 생각이다. 한 발 한 발 차근차근, 이용우는 진정한 '종합예술인'이 되어간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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