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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인생2막 50+]“난 자유로운 영혼 지닌 IT맨 SW인재 100만 양병 꿈을 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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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개발자협회 지영만 회장의 스마트인생

(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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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에 초대된 그를 만나러 가는 길, 다소 일렀다. 광화문빌딩 18층 엘리베이터를 올라탔을 때 크지 않은 키의 청바지를 입은 중년과 잠깐 눈이 마주쳤다. 멋스럽다고 생각한 찰나도 잠시, 눈인사도 없이 함께 내린 곳.

인터뷰 장소에서 기다리던 인터뷰어를 첫 대면하는 순간, 직감은 현실이 됐다. 청바지를 입은 중년이 CF에서 현실로 튀어나오는 순간, 스마트개발자협회 회장이자 어니컴과 스프링웨이브 부회장인 지영만 회장과 그렇게 처음 말을 섞었다.
스마트한 그의 옷맵시에서 52년생 ‘지영만’의 흥취를 읽었다. 처음엔 몰랐지만, 삼성전자-제일모직 등 대기업을 거친 이력에 앞선 그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농담처럼 서로 양해를 구했지만, 어쩌면 그것은 대학(한국항공대학) 시절 배철수와 함께 했다는 활주로 이전부터 배태된 속성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와도 오버랩 되는 지 회장의 언행에는 자신감도 함께 묻어 나왔다. 우리가 아는 송골매의 배철수는 그에게 ‘철수’였고, 이미 고등학교 밴드부 3년의 이력 역시 그런 기질을 숙성시킨 요인들이었다.


“언더그라운드 SW 개발자 부가가치 높일 것”

지난 2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스마트개발자협회가 탄생했다. 지난해 8월부터 뜻 맞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함께 맺은 결실이었다. 현재 몸담고 있는 어니컴과 스프링웨이브 역시 SW개발업체로 중소 규모에 속한다.
SW 개발자들이 대부분 인디밴드처럼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면서, 제 값어치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세력화가 목적이었다고 지 회장은 협회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제법 규모 있는 40여개 개발자 커뮤니티가 있었고, 여기에 속한 개발자만도 15만명 정도가 됐다. 개별 사용자모임 등을 통틀어 100만명이 넘는 개발자가 있다는 판단에서 지 회장은 “100만대군”이란 표현도 쓴다.

지 회장은 “해외와 달리 왜 국내에서는 SW 개발자 양성이 안 될까, 대기업 중심의 하청 구도 하에 SW는 무료라는 인식의 전환은 어떻게 가능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이를 제도권으로 끌어 올려 이 안에서 개발자들의 부가가치를 높여보자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협회 활동이다. ‘개발자 중심의 유일한 협회’라는 자긍심으로 더 많은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 역시 그만큼 팽배하다.

당장 “억대 연봉을 받는 다수 SW 개발자를 배출하고 싶다”는 게 지 회장이 갖는 당면 꿈이다. 지 회장에 따르면, 국내 40여개 커뮤니티 활동가 중 억대 연봉을 받는 언더그라운드 개발자는 딱 한 사람 있다. 오픈 소스 SW 개발 해외업체와 함께 일하는 그는 새 제품을 내놓을 때 이를 평가, 플랫폼 완성에 반영토록 하는 이른바 ‘커미터(개발리더)’다.

해외에선 이런 커미터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만큼 스폰서를 자임하는 업체들도 많다. 이를 닮아 ‘1억 연봉’을 좇는 국내 개발자들 역시 적지 않다. “협회가 그런 노력을 해 개인적으로 커뮤니티가 어려운 개발자들을 제도적으로 돕고 싶습니다. 이런 뜻을 내놓았을 때 개발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지금은 개발자들 스스로 협회 필요성을 공감하는 단계라고나 할까요.”

실제로 지 회장을 중심으로 협회는 7개월 여 동안 이동통신 회사들과 단말기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많은 발품을 팔았다. 이들이 SW 생태계 수요자로서 협업 니즈를 가져줘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결과, 이통사들의 협회 참여란 결실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현재는 내부 이해를 높이면서 협업 프로젝트를 서로 협의하는 단계다. 방송통신위원회나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등도 역시 협업 대상이다.
삼성전자의 앱 개발지원센터 ‘오션(OCEAN)’과의 공동 이벤트, 10월 1일 공식 분사하는 SK플랫폼(가칭)과의 인력 공조 등도 협회가 성과를 기대하는 부분이다.
그 동안의 협회 행보와 관련, 지 회장은 “구슬을 꿰는 단계”라며 “척박한 상황에서 이해 동조자를 구하고, 시작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는 게 보람이라면 보람”이라고 밝혔다.


삼성 ‘애니콜신화’의 주역 ‘지금도 보람”

지 회장의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삼성전자 재임 시절이다. 오늘날 전 세계 휴대폰 점유율 2위의 신화를 일군 초석을 지 회장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연이 닿은 것은 지난 1979년 4월. 한국항공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76년 2월)하고, 공군 예비역 중위로 전역(79년 3월)한 직후다.

지금도 ‘삼성 애니콜의 숨은 산파역’이라고 불리는 것은 지난 95년 1월 삼성전자 정보통신기획팀장을 맡아 1년간 21세기 IT신규사업전략(모바일&네트워크)을 수립하면서 비롯됐다. 이른바 ‘WIS 21 전략(월드와이드 인포메이션 네트워크(WIS) 두 분야(2)의 톱(1) 달성 계획)으로 알려진 삼성모바일 전략의 실행안이 이때 만들어졌다.

“당시 이동통신 개화기에 삼성전자도 어디에 주력할 지를 모색하기 위해 95년 1년 동안 WIN21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최대 15명으로 TF팀을 구성, 결과에 대한 숱한 수정·보완을 거쳐 모바일 선두를 가져가기 위해 휴대폰 분야에 집중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빠른 스타트업을 위해 구미공장 개발인력 채용 등 이후에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휴대폰을 총괄하는 무선사업부도 이때 출범했다고 지 회장은 회상했다.
지 회장이 전하는 비하인드 스토리. 당시 통신 쪽 매출이 3000억원 갓 넘을 때, 5년 뒤인 2000년 IT 매출 목표를 3조로 잡았더니 ‘지나친 뻥튀기’ 등 클레임이 많았다고. 이를 2조 8000원으로 조정했지만, 결국 2000년 실제 4조 6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01년 1월에는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 겸 기획팀장(상무)를 맡아 이번엔 ‘삼성 애니콜’의 전 세계 판매에서 걸출한 성적을 남긴다. 당시 ‘이건희 폰’으로 삼성 휴대폰 브랜드를 세계에 확산시킨 ‘T100’모델 400만대(2조원) 판매 달성으로 삼성전자 1회 마케팅 대상을 수상한 것.

‘브랜드 밸류를 죽도록 지킨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은 이때 만들어졌다는 게 지 회장의 전언이다. 오죽하면 당시 무선사업부장이었던 이기태 사장(삼성전자 부회장 역임, 현 연세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이 “삼성전자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브랜드 가치”라고 목소리를 높였을까.

이후 지 회장은 삼성전자 MDC(Market Driven Change)프로젝트 PM을 맡아 무선사업부와 2년을 더 함께 한다. 생산 혁신처럼 마케팅에서도 혁신을 추구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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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기쁘고 엔도르핀이 샘솟는 취미를 나름대로 갖기도 했지만
좀더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SW육성에 헌신하기로 했죠



인생의 큰 전환기, 제일모직서 마케팅 달인 변신

25년 몸과 꿈을 묻었던 삼성전자를 떠나 제일모직에 둥지를 튼 것은 100% 지 회장의 뜻만은 아니었다. 1회 마케팅 대상을 수상한 지 회장의 혁신적인 마케팅 ‘스킬’이 필요한 제일모직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는 게 지 회장이 나중에 들은 얘기라고만 정리했다.

공식 직함은 제일모직 마케팅 총괄 겸 홍보팀장(상무). 그때가 2005년 1월이었다. “지나고 나니 제일모직 갔던 게 인생의 큰 전환기였다”는 게 지 회장의 판단이다. 이른바 긍정적 변환기로, 전혀 분야가 다른 쪽으로 가서 패션, 옷 입는 재미도 알게 되고, 만나는 사람들도 갑갑한 IT와는 달랐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지 회장은 복장의 변화를 제일 먼저 주문했다. 청바지나 스니커즈를 입은 임원회의로 대변된다. 작금의 지 회장 모습이 그때 완성됐지만, 이는 결과론적으로 ‘숨겨진 감수성의 분출’로도 이해된다.

고등학교 때 색소폰을 불며 밴드부 3년을 한 여세를 몰아, 대학 때는 록밴드 ‘활주로’에서 배철수와 함께 했다. 지금은 중저음 목소리로 아이패드 광고에도 등장하는 배철수씨가 지 회장과 같은 ROTC 출신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훈련을 마치고 학점 안 나온 철수는 음악 쪽으로, 난 임관을 했고….” 운명은 그렇게 갈렸지만, 어쩌면 그게 지 회장의 세 살 적 버릇인지도 모른다.

제일모직에서는 회사가 요구한대로 브랜드 마케팅을 본격화하게 된다. 패션 브랜드를 정리 통합하면서 집중적인 광고를 시작한 것. 당시 빈폴 매출이 2000억일 때, 100억을 광고에 쓰겠다는 지 회장 고집은 회사를 들쑤셔놓았다. “경영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사장 전결로 가능했다고.

단순 광고비만 과다계상 했다면, 이후 4년을 패션지기로 살 수는 없었을 터였다. 기네스 펠트로, 다니엘 헤니를 쓴 통합 캠페인에 경험을 접목한 결과, 매출은 37% 늘었고 그룹 광고 대상도 거머쥐었다. 투자해서 마케팅하니까 리턴 된다는 것을 알렸다는 데 기쁨도 컸다.

남성복 수트 모델로 피어스 브로스넌을 쓴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수트에 스토리를 담자는 것이었고, 옷 2000벌에 음악가, 미술 삽화가로서의 전시회 개최, 아내와 사별하고 13년을 재혼 안 한 진정한 로맨티스트 등 브로스넌의 스토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반발도 심했지만, 이를 관철, 제법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옷을 제대로 입는 방법이 신사를 만든다.” 기존과 다른 마케팅 관점이었지만, 이는 지금도 지 회장이 갖는 패션 철학으로 남아 있다.


SW생태계 복원 나선 감성의 승부사

30년 가까운 대기업 생활을 정리하면 남는 허전함에서 지 회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 회장의 표현대로라면 “워낙 진을 빼서” 쉬겠다는 생각을 했고, 좋아했지만 못했던 것에 몰두했다.

대표적인 게 목공예와 요리. 1년 동안 일주일에 두 번 가구 만드는 것을 배웠고, 한솔요리학원 등에서 음식 조리도 터득했다. 특히 요리에 대한 지 회장의 애정은 남다르다. 지 회장은 또한 와인 수집에도 일가견이 있다.

남들이 관심 덜 갖는 와인을 ‘발굴’하는 취미가 이어지면서 집(퇴촌) 지하엔 와인 저장소도 마련했다. 직접 요리하는 레스토랑에서 와인도 파는 삶을 지향한다는 게 지 회장 지인의 전언이다.

악기를 다룬 것은 소싯적부터였으며, 클래식동호회 모임에도 나갔다. 회사 다니면서 몰랐던 좋아할 만한 꺼리를 찾는 과정이 퇴직 직후 한동안 이어졌다.

“진짜 기쁘고 엔도르핀 솟는 게 뭔지 잘 확인하지 못했어요. 또 그런 취미를 찾았다고 해도 그걸 30, 40년 한다는 게 숨 막힐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취미를 찾기보다 보람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지 회장이 생각하게 된 계기다.

지금도 운영하는 ‘분당포럼’은 대기업 경험 등을 후배들에게 전달해주기 위해 시작했다. 중소기업을 순회하며 마련하는 이 활동은 점심시간을 피해 오전 2시간 진행된다. 먹고 노는 모임을 지양하기 위한 속뜻이 담겼다.

큰 기업의 경험을 중기와 접목시키기 위한 어니컴 합류, 언더그라운드 개발 생태계의 부가가치 부여를 위한 스마트개발자협회 창립, 난치병 어린이 치유를 위한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이사 참여 등 역시 지 회장의 선택이 낳은 결과물들이다.

사회가 이뤄놓은 것을 달성했지만 헛헛한 기분, 진짜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지만, 그게 진정한 기쁨이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 회장. 그는 “대기업의 스트레스나 압박과 다른 이런 일들이 힘든 것도 많지만, 그 과정에서 큰 기쁨을 느낀다”며 “이게 바른 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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