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증세 동참 실현까지는 갈 길 멀어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더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을 의미하는 부자 증세가 세계 각국에서 재정적자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해법으로 대두하고 있지만 실제로 실현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지난주 이탈리아 정부는 8월말 이미 의회를 통과한 부자 증세안을 전면 철회했다. 당초 연간소득 9만유로 이상 고소득자에 대해 연대세(solidarity tax)를 부가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스페인은 부자증세 논의를 하고 있지만 진전이 보이질 않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달 최고 소득층에 대한 세율을 대폭 올리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보류했다.
미국은 공화당이 강하게 세금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영국은 2010년 4월부터 고소득자(15만 파운드 이상)에 한해 50%의 소득세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현재 고소득자 세율 인상 조치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갔다. 영국 재정정책연구소(IFS)는 세율을 50%로 적용한다고 해서 세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세수가 최대로 늘어날 수 있는 기준 세율로는 40%도 적절하다"고 밝혔다.
제프리 오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세국장은 "선진국 중심으로 부자 증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 부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짜내 곳간을 채우는 방식은 아직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변화 시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1970년대와 1980년 초까지만 해도 세계 각국 정부는 부자들에게 높은 세율을 책정했었다. 그 결과 1981년 대다수 선진국 정부가 거둬들인 소득세율은 70%에 달했지만 21세기 들어서는 그 비율이 40% 전후로 급락했다. 올해에는 OECD 회원국 가운데 3개 국가만이 부자증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1995년과 1976년에는 적용 국가가 각각 15개국, 10개국일 정도로 많았다. 오웬 조세국장은 "세금 제도는 1980년대 때 보다 덜 진보적으로 변한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부자들을 중심으로 세금을 기꺼이 더 내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변화의 시작이다. 미국에서는 억만장자 워런버핏이 부자증세를 촉구하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광고회사 퍼블리시스의 모리스 레비 회장,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 등 16명이 부유층에게 특별세를 매겨달라며 부유세 징수를 요청했다. 독일에서는 부자 50명이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싶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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