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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지수로 읽는 우리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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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정부가 올해말 소비자물가지수 조사품목을 개편하면서 유선전화기와 캠코더를 조사품목에서 빼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옛날만큼 찾지 않아서다. 조사품목에 들어간지 유선 전화기는 35년여만에, 캠코더는 15년여만의 일이다. 정부는 대신 웰빙 열풍을 고려해 막걸리(외식)를 집어넣기로 했다. 기술발달로 갑자기 보급이 늘어난 스마트폰 이용료 역시 추가됐다.

소비자물가 조사품목에 들어가고 나간 상품은 이처럼 시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조사품목이 소비패턴과 동떨어지면 물가지수가 체감과 다르게 나오고 정부가 발표하는 지수의 신뢰성에 금이 가버리기 때문이다. 그 만큼 생활 모습을 들여다보는데 좋은 지표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던 1970년대에는 흑백 텔레비전과 선풍기, 냉장고, 라디오, 전화기 같은 당대 최첨단 전자제품이 조사대상에 들어갔다. 늘어난 지역간 이동을 반영하듯 고속버스료와 시외버스료, 국제 우편료도 포함됐다. 된장, 엿, 펜촉 등의 '전통품목'은 제외됐다. 1950년대에 등장해 가장 싸다는 이유로 사랑받던 파랑새(권련담배)와 풍년초(입담배)도 이 때 조사품목에서 사라졌다. 한 때 "파랑새 한 갑 사려고 줄을 섰다"는 얘기를 듣던 서민용 담배들이었다.

정부는 1980년대 들어 학원비를 조사품목에 대량으로 집어넣었다. 전산학원비, 피아노 학원비, 외국어학원비를 이 때부터 조사하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악기 하나쯤은 배우게 시킬만큼 살림살이가 넉넉해지고, 컴퓨터가 보급되고, 영어 잘 하는 재주를 입시에서 크게 평가하게 됐다는 의미다. 칼라 텔레비전과 전기밥솥, 사진기 등 수요가 늘어난 첨단 제품이 들어간 건 물론이다. 당시의 경제호황을 반영하는 제품들이다. 동시에 흑백필름, 건빵, 흑백 텔레비전, 고무신, 구두닦이, 머릿기름 등 경제발전으로 외면받은 품목은 사라졌다. 특히, 기성복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양복을 짓는 법을 가르치는 양재(洋裁) 학원 인기가 떨어지면서 조사대상에서 빠졌다.

1990년대는 정보기술(IT)이 촉발되던 시대였다. 퍼스널컴퓨터, 유선 방송비, 무선호출기, 이동전화료, 컴퓨터통신이용료 물가가 조사되기 시작했다. 카드가 보급되면서 카드수수료가, 수돗물을 끓여먹지 않게 되면서 정수기와 생수가 함께 물가지수에 편입됐다. '방' 문화가 생기며 노래방 이용료도 들어갔다. 같은 기간에 레코드판, 비둘기호 기차요금, 성냥, 양초, 맞춤 신사숙녀복이 조사대상에서 떨어져나갔다.
2000년대부터는 교육이 사회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 때 추가된 대학교 교과서비, 학교 보충학습비, 학교 기숙사비, 자격증 응시료는 교육지출이 크게 늘어난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 웰빙 열풍 속에서 건강보조식품이, 빨라진 생활 속도 속에서 즉석식품 등이 추가되기도 했다. 한 때 최첨단 제품이던 무선호출기는 시대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제외됐고, 가스라이터, 보온병, 공중전화요금도 빠지게됐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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