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재개한다지만…

까다로운 조건 금리도 인상 서민들 가슴만 타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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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대출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9월 가계대출을 재개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대출 받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애가 타들어가고 있다. 가계대출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을까?



“자금 용도가 불명확한 생활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이나 주식담보대출, 마이너스통장 개설 등은 어렵습니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의 대출 관련 담당자는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한지를 묻는 고객의 전화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 담당자는 “월초에 대출 문의전화가 많은 편인데 9월1일부터 가계대출이 재계된다는 보도가 언론에 나가자 문의전화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보다 조금 빨리 가계대출을 다시 시작한 농협은 실수요 대출을 증빙서류로 제출하는 고객에게만 대출을 해주고 용도가 불분명한 사람들에게는 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만기일시상환 방식의 변동금리 대출은 9월 들어서도 해주지 않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형 상품만 가능한데 이마저도 주택을 한 채 보유한 고객에게만 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리도 들썩였다. 우리은행은 8월말부터 일부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0%포인트 인상했고, 신한은행도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금리를 0.50%포인트나 올렸다.



연체율마저 늘어나 가계신용 우려 목소리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연체율마저 늘어나 가계신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금융 감독 당국에 따르면 지난 8월 중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10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같은 규모는 월중 증가 규모로는 사상 최대치이다.


올해 월별 가계대출 증가액을 보면 1월 3000억원, 2월 8000억원, 3월 3조7000억원, 4월 3조1000억원, 5월 3조8000억원으로 5월까지는 예년 수준의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6월 들어 5조6000억원으로 불었고, 가계자금 비수기인 7월에도 4조3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어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7월말 현재 가계대출 연체율(1일 이상 원금 연체 기준)은 0.77%로 전월 말 대비 0.05%포인트 올랐다.


이는 2009년 2월(0.89%) 이후 최고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집단대출 연체율이 상승한 것이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의 주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7월 집단대출 연체율은 1.72%로 전월 말보다 0.16%포인트 하락했지만, 지난해 말(1.31%)과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수준. 금감원은 앞으로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이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연체·부실채권 정리를 지도하기로 했다.



한도 남은 국민·외환은 창구 대출 쉬워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으로 중단됐던 일부 시중은행이 가계대출이 재개됐지만 대출 기준이나 요건이 은행마다 달라 고객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은 은행별로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금융가에서는 “지난달 18일 이후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했던 농협중앙회나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지 않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국민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받기는 수월한 반면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은 여전히 까다로운 조건을 적용해 대출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신한은행은 일시 중단시켰던 대출 상품을 9월부터 다시 판매한다. 거치식 분할상환 및 만기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과 엘리트론, 샐러리론, 직장인대출 등의 신용대출이 대상이다. 하지만 만기일시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은 9월에도 대출을 재개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방식 상품을 지속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금융 당국의 방침에 맞추기 위함이다. 전세자금대출, 새희망홀씨 등도 계속 판매한다. ‘새희망홀씨’ 대출의 경우 금리를 최고 1.0%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실수요 대출은 풀어주되 엄격한 심사기준은 유지하기로 했다. ▲실제 증빙자료에 의한 자금 용도 심사 진행, ▲주식투자 등을 위한 대출 심사, ▲구체적인 용도 없는 단순 생활안정자금 여신신청 심사, ▲상환능력 증빙되지 않은 신용대출 및 부동산 담보대출 심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3000만원을 넘어서는 신용대출과 1억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신규)은 본부와 사전에 협의하도록 방침을 바꿨다. 하나은행은 9월에도 꼼꼼한 대출 심사를 통해 불필요한 대출 수요를 줄일 방침이다. 주택 구입 자금이나 전세자금 등 실수요 대출이라는 것을 증빙서류로 뒷받침하는 대출자에게만 대출을 해주고 용도가 불분명하거나 주식투자 등 투기 목적 대출은 불허하기로 했다.


주택 마련 대출의 경우 소유권 이전을 확인할 수 있는 등기, 전세자금 대출은 계약서, 유학은 재학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해야 대출이 이뤄질 수 있다. 소득증빙서류를 요구하지 않았던 1억원 이하 주택담보대출도 무조건 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방침을 바꿔 9월에도 유지한다. 이에 따라 예비자금이나 여유자금을 갖고 있기 위한 대출은 모두 차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도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신규 가계대출을 최근 다시 시작했다. 대신 금리를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대출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지점장 전결이던 것을 일부 본부심사로 전환했는데 이 부분을 모두 환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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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가계대출의 증가폭이 높지 않았던 국민은행이나 외환은행은 대출 강화 등의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기존 방식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1억원 이하의 주택담보대출은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국민은행 측은 “7월에 이어 8월에도 가계대출 증가폭이 크지 않는 만큼 별도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도 “딱히 가계대출과 관련해 별도의 강화조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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