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실격 여파. 이틀이 지났지만 대구스타디움은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새로 바뀐 부정출발 규정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오고가고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지난해 1월부터 2010-2011년 규정집에 따라 부정 출발을 한 선수를 실격 처리했다. 첫 시행 때만 해도 한 차례 부정 출발은 용인했다. 두 번째 경우에만 실격을 적용했다.

규정은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더욱 엄해졌다. 한 차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남자 100m의 볼트, 드웨인 챔버스(영국), 여자 400m의 크리스틴 오후루구(영국) 등 스타급 선수들은 모두 실격의 고배를 마셨다.


IAAF가 규정을 강화한 건 흥행을 위해서다. 잦은 부정출발이 경기를 지루하게 만들 것을 우려했다. 반칙을 통한 선수들의 신경전까지 방지할 수 있어 기록 경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더 큰 장애요인이 됐다. 잇따른 스타들의 이탈로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로 전락했다. 어려워진 기록 단축도 빼놓을 수 없다. 출발에서 신경을 곤두세우는 탓에 선수 대부분이 마음껏 트랙을 달리지 못한다. 스타들의 부재 속에 메달을 딴 선수들의 얼굴도 개운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남자 100m에서 우승한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는 경기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볼트에 대한 질문이 잇따르자 불쾌함을 표시했다. 그는 “나는 16살 때부터 이날을 꿈꿨다”며 “볼트의 실격으로 재미가 반감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순간을 정말 즐기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불쾌함을 나타낸 건 여자 10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카멜리타 지터(미국)도 마찬가지. 그는 경기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볼트의 실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곳은 여자 100m 1, 2, 3등을 위한 자리다. 우리 이야기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불쾌함을 표시했다. 질문이 새 규정에 대한 견해로 바뀌자 지터는 “이미 정해진 규정인데 뭐라고 떠드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리를 함께한 일부 선수들의 의견은 달랐다. 남자 1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킴 칼린스(세인트키츠네비스)는 세계 정상의 무대를 10년 이상 밟고 있는 스프린터다. 그는 새 규정에 대해 “이번 경기는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부정출발을 한 번 정도는 봐줘야 한다”고 밝혔다.


여자 100m에서 은메달을 딴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자메이카)도 “기회가 한 번뿐이라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출발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3위를 차지한 켈리 앤 밥티스트(트리니다드토바고) 역시 “모든 선수들이 이 대회를 위해 1년 이상을 투자한다. 규정에 이의는 없지만 야박한 규정인 것만은 사실이다”라며 규정 완화를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IAAF는 9월 4일 열리는 회의에서 부정출발 규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완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규정을 강화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IAAF가 이번 대회를 가장 공정한 대회로 내다보는 까닭이다. IAAF 고위 관계자는 “새로 규정을 적용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 더구나 부정출발은 엄연한 반칙 행위”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규정이 그대로 적용될 것 같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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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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