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버냉키, 이륙만 했다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기다렸던 버냉키의 잭슨홀 연설이 끝나자 각 증권사들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주말을 보냈다.
결론은 버냉키가 시간을 벌었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히든카드를 내놓기 위한 보다 확실한 명분을 쌓으면서도 시장의 기대감은 살려 놓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본인은 뒤로 한발 빠졌다는 계산이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후 증시가 상승한 것은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가운데 더블딥 우려까지 불거지면서 8월 들어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지만 버냉키가 QE3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 미국 경제가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해석이 확산됐다는 평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접근은 불안하다는 시각이 많다. 연이어 등장할 경제지표가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탓이다.
29일 박옥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버냉키가 잭슨홀 연설에서 양적완화(QE3)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던 만큼 아직까지 미국 경제가 QE3를 필요로 할 만큼 심각하지 않고, 추가 경기부양책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고 필요 시 시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선택을 했다"고 분석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준은 제로금리, 채권 매입과 같은 강력한 카드는 더 이상 없는 상황에서 제한적인 수단을 ‘히든 카드’로 제시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를 찾고 있다"고 평했다.
조만간 발표될 미국 경제지표들이 나쁠 가능성이 높고 유럽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이라, 현 시점에서 정책 카드를 소진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9월 FOMC를 이틀로 늘림으로써 금융시장으로 하여금 정책 기대감을 유지시키는 것도, 앞으로 FOMC 전까지 발표될 경제지표가 생각보다 더 나쁘더라도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선 "추가적인 화폐부양정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한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과 인플레이션 동향을 확인하기 위한 시간도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박희찬 애널리스트는 “9월5일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 노동절 연설에서 어떤 부양책이 나오는지 확인하고 대응하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태동 애널리스트는 백악관의 경기부양정책과 글로벌 정책 공조에 동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백악관은 9월 5일 노동절에 인프라은행, 고용에 대한 세제혜택, FTA, 실업급여 혜택 연장 계획 등 고용유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잭슨홀이 기대치를 남겼다면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는 시장의 방향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는 8월 31일부터 시작되는 이탈리아 국채만기도래 이벤트, 9월 5일 미국 경기부양책, 9월 9일 중국 8월 CPI 등은 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향후 등장할 버냉키의 '해법'에 대해서 박 애널리스트는 "단기 금리를 2013 년 중반까지 제로 금리로 유지하기로 한 연준의 다음 선택은 장기 금리를 낮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대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통화정책 강도는 5일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책 발표와 이후의 정치적 논의의 전개 과정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연준이 선택할 정책 옵션은 많지가 않은 만큼 새로운 유동성 공급이 아닌 연준 보유 국채의 만기를 늘리는 식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선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서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에게 차분한 대응을 조언했다. 9월 중 추가 정책 기대의 연장은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시장에 대한 영향은 중립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어 그는 "연준의 통화정책은 9월초에 발표될 오바마의 경기 부양책과 이에 대한 정치적 합의 여부에 따른 대응 과정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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