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SW 인력 개발자 아닌 기술자 취급, 결과만 내 놓으라 요구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고치라는대로 고치세요. 이까짓것 하는데 시간이 왜 일주일씩 걸립니까? 실력 있는거 맞아요?"


한때 국내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계열사에 근무하다 최근 퇴직해 1인 창업을 시작한 개발자 A씨(남, 32세)는 지금도 회사를 관둘때 상황을 회상하며 국내 SW 산업의 현실을 'SW개발자=기술자'라는 한마디로 요약한다.

A씨는 학생시절부터 실력 좋기로 유명한 프로그래머였다. 하지만 대기업에 취업한 뒤 그의 현실은 한낱 기술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려다 시간에 쫓기고 고집대로 만들었다가 윗사람들의 지시로 아예 폐기하는 경우도 흔했다.


A씨는 "SW를 개발한다는 일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직업이라고 생각해 선택했지만 도구에 불과한 현실을 견딜 수 없어서 퇴사뒤 1인 창업에 나섰다"면서 "매번 시간을 정해 놓고 정해진 결과물만을 내 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우리나라 SW 산업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IT 산업의 핵심이 하드웨어(HW)에서 SW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이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SW 산업을 HW적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는 기업문화가 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당장의 성과에 매달리는 기업 입장에서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는 이유로 SW 작업을 '비생산적인 일'이라고 치부하는게 고질적인 병폐라는 것이다.


성공적인 SW적 기반을 마련한 기업의 사례는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디즈니다. 디즈니는 '이매지니어(Imagineer)'라는 직업이 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만드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그들에게 기술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최근 이매지니어는 디즈니의 콘텐츠를 태블릿PC와 스마트폰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AD

스티브 잡스가 애플은 가진 저력은 '인문학'에 있다고 강조한 후, 이건희 삼성 회장도 인문학에 소양이 있는 개발자를 뽑아달라고 주문했다. IT 업계 전문가들은 접근방법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IT 업계 한 전문가는 "인문학에 소양이 있는 개발자를 뽑아 놓고 기계처럼 부리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한국형 OS 개발, SW 인력 충원 등도 중요하지만 SW 개발과정을 하드웨어적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는 병폐가 고쳐지지 않는한 SW 강국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