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심리적 마지노선 뚫었다"
-CEO부터 말단직원까지 관심 집중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이모 과장은 점심식사를 간단히 때우고 서둘러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주식을 사기 위해서다. 그는 비상금을 털어 자사주 10주를 매입했다. 단 10주였지만 720여만원을 썼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재직하는 동안 반드시 주당 100만원 고지에 다시 오를 것이란 얘기를 들었기 때문. 주위 동료들도 삼성전자 주식이 장중 60만대로 내려앉자마자 “때가 왔다”는 표현을 쏟아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여파로 국내 주식 시장이 폭락한 최근 며칠 사이 대기업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급증하고 있다. 대다수 상장사의 주가가 임직원이 평소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수준으로 떨어지자 자사주 '폭풍 쇼핑'에 나선 것이다. 그룹의 오너 일가와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말단 사원까지 회사 비전을 믿고 주식 투자에 나선 모습이다. 자사주 외에도 살 만한 저렴하고 우량한 주식을 찾고 공유하는 일은 요즘 샐러리맨들의 최대 관심사가 돼 버렸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무역PG장(사장)과 삼남 조현상 산업자재PG장(전무)은 지난 9~11일 장내에서 효성 주식을 사들였다. 조 사장은 사흘에 걸쳐 총 2만5190주를 매집하면서 총 보유 주식 수를 246만2147주로 늘렸다. 투입된 자금만 20억원이다. 특히 조 사장은 지난 2005년 부사장을 맡던 당시 주당 1만원대에 2000주를 사들인 이래 6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분을 확대해 눈길을 끈다.


조 전무는 1만4000주를 주당 7만4093원에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6.83%로 끌어올렸다. 조 전무는 지난해 5월28일 이후 15개월 만에 자사주를 샀다. 효성 3세 경영인이 모처럼 회사 주식을 샀다는 소식이 전해진 덕분인지 7만원 초반까지 떨어졌던 효성 주가는 8만원을 빠르게 회복했다.

SK그룹에서는 SK 중국 사업을 총괄 지휘하는 박영호 부회장이 SK 지주회사 주식을 지난 12일에 100주 사들였다. 소량의 주식을 꾸준히 매집하던 최신원 SKC 회장도 4000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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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경영진과 임원들도 눈에 띄게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삼성테크윈의 김철교 사장은 16일에 2000주를 산 데 이어 임원들도 사장을 따라 줄줄이 자사주 쇼핑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에 재직 중인 전무와 상무급 임원들도 수백~수천주씩 자사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많게는 수억원에 해당하는 현금을 회사 주식에 투자한 셈이다. LG전자 임직원들도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6만원대가 붕괴된 시기를 전후로 자사주를 줄줄이 매입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오너 일가나 최고위 경영진이 나서 주가 관리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면서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투자 개념을 넘어 로열티를 높이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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