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은 나도 한강에 가고싶다"
폭락장 증권사 지점직원들의 한숨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요즘 같은 때는 저도 한강에 달려가고 싶습니다."
한 증권사 지점의 영업직원 A씨는 한 숨부터 쉰다. 모 증권사 영업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가 아주 남 얘기 같지만은 않다. 이제 바닥이다 싶어 고객에게 '위기는 기회'라고 말하며 매수를 권했는데 추가로 폭락을 하니 얼굴을 들 수 없다. 최근 1~2년간 번 돈을 최근 1주일새 대부분 날렸다. 고객들 계좌가 상당수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한다.
관리계좌 중에는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과 친척들 돈까지 적지 않다. 장이 폭락한 영향이라지만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더구나 가족과 친척들의 돈은 사실상 직원이 임의로 판단해 매매하는 일임매매 계좌나 마찬가지다.
증권사 직원의 일임매매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증권사 내부통제도 심하다. 매매가 잦은 계좌에 대해서는 자체 감사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임매매가 여전히 이뤄진다는 건 증권사 직원들 사이에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선물·옵션 투자에서는 일임매매의 소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다른 증권사의 B씨는 "초를 다투는 선물·옵션 매매에서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로 보고한 후 매매를 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개장 전 기본적 전략을 상의하고, 장종료 후 사후보고 하는 선에서 고객의 동의를 구하므로 사실상 일임매매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B씨는 "돈을 벌 때는 문제가 없지만 손실이 크게 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손실을 보면 직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일임매매가 불법이다 보니 이렇게 생긴 손실 중 일부를 직원들이 물어주는 경우도 있다. 이러니 손실규모가 커지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직원들도 생기는 것이다.
요즘은 밤에 잠도 편히 못잔다. 미국 장이 워낙 요동을 치니 안심할 수가 없다. 지난 밤에는 미국에 이어 프랑스도 신용등급이 강등된다는 루머로 미국과 유럽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증권맨 C씨는 "오늘 출근길 하늘이 노랗게 보이더라"고 말했다. C씨는 "잠들기 전, 프랑스 루머로 흔들릴 때까지 설마했던 우려가 현실화되자 오늘을 어떻게 넘길까 하는 생각에 출근하기가 두렵더라"고 말했다. 그는 "폭락후에는 강한 반등이 있으니 저가매수에 나서라고 했던 카드는 이미 써버린데다 솔직히 스스로 장에 대한 공포를 이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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