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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 은행원, 요리사, 만화가, 그들은 ‘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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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군 귀농인협의회, 충남서 가장 많은 146가구 귀농… 귀농1번지로 우뚝 , 회원수 2000명 넘어

서천군 문산면 지원리에 자리잡은 귀농지원센터에서 예비귀농인들이 도마를 만들고 있다.

서천군 문산면 지원리에 자리잡은 귀농지원센터에서 예비귀농인들이 도마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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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귀농가구가 가장 많은 곳은 ( )이다
“버린 것은 ‘욕심’이었고, 얻은 것은 ‘자연’이었다”
귀농 1번지 ‘서천군 귀농인협의회’…귀농에서 그 길을 찾다.


<#1> 시골로 간 호텔리어
30년간 호텔리어로 근무한 이상구(65)씨.
2002년 퇴직 후 재취업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를 맛봐야했다. 도시생활의 무게감은 그를 지치게 했다. 그리고 그 버거움과 삭막함은 흙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돌아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서천군에서 연 귀농교육에 합류했다. “아! 내가 찾던 삶이 이것이구나!”

아내를 설득해 곧바로 짐을 쌌고 벌써 귀농 3년차를 맞고 있다. 그 때 교육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삶의 이웃이 됐다.

“지금은 무궁화 5개짜리 특급호텔보다 더 편해요.” 이씨의 호탕한 웃음은 영락없는 시골촌부의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그를 ‘귀농리어’로 부른다.
<#2> 느림의 맛과 멋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서천 나들목(IC)로 빠져나와 희리산휴양림쪽으로 가다보면 느림의 미학을 맛볼 수 있는 ‘희리산다원’이 나온다.

1998년 외환위기(IMF사태) 때로 28년간 일해왔던 은행을 그만둬야 했던 최영수(61)씨. 퇴직 뒤 여러 사업에 손을 대봤으나 실패. 좌절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떠안아야 했다.

그러던 중 동생 소개로 서천 희리산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벌써 귀농 7년차의 베터랑. 부인 박영예씨와 청국장과 고추장 등을 만들어 판다. 또 희리산에서 차농사를 지으며 일반인들에게 차류를 팔고 있다.

“삶에 지치고 자연이 그리울 때 이곳을 찾아오세요”
최씨부부는 시골은 항상 넉넉한 품으로 당신을 안아줄 거라고 귀띔한다.

지난 5년간 충남지역에서 귀농가구가 가장 많은 곳은? ‘서천군’이다.

2006년부터 5년간 146가구가 서천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귀농자들의 전직은 조선호텔 요리사, 공무원, 만화가, 호텔리어, 사진작가, 은행원 등 사연만큼이나 다양하다.

하지만 그 중심엔 ‘서천군귀농인협의회(회장 양일성, 이하 서귀협)’가 우뚝 서 있다.
2006년 20명이 모여 친목단체로 출발한 모임이 서귀협의 모태다.

‘한 걸음씩 더 나아가자’란 모토로 2009년엔 ‘서천군귀농인협의회’으로 출범했다. 현재 회원수는 오프라인 정회원 300명, 온라인회원은 1800명에 이른다.

양 회장은 “귀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양한 교육체험과 정보축적”이라며 “선배 귀농인들과 자주 만나 실패경험과 노하우를 넘겨받고 마을주민들과 더 가까운 친밀도를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귀협에선 이런 귀농에 필요한 여러 정보와 교육 등 모든 것을 풀옵션으로 해준다.

귀농체험투어, 빈집·농지매매(임대) 정보제공, 농기계교육 및 공동구매, 귀농정보제공, 농업활동지원, 귀농지원센터 운영 등 하나 둘이 아니다.

귀농과 관련된 온라인-오프라인네트워크망이 갖춰져 예비귀농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귀농의 성공’ 서귀협의 문을 노크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서귀협은 또 2009년 9월 서천군의 지원을 받아 문산면 지원리 옛 성암초교에 귀농인지원센터를 세웠다. 강의실(150명 수용), 식당(70명), 공부방, 놀이방, 목공작업장, 생태텃밭, 운동장 등 귀농귀촌에 필요한 모든 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이곳을 통해 전국에서 63가구가 귀농에 성공했다. 지역별론 서울, 일산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구다. 연도별론 ▲2009년 18가구 ▲2010년 34가구 ▲2011년 5월 현재 11가구 등이다. 지난해는 충남형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서귀협이 펼쳐온 귀농지원사업 중 또 하나의 백미는 ‘귀농투어’. 예비귀농인들이 1박2일간 서천에 머물며 빈집탐방, 농사체험, 선배 귀농인과의 대화 등으로 정보를 얻는 체험코스다. 지금까지 모두 8차례 걸쳐 88가구 200명이 참여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서귀협 회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서귀협 회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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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머물고 싶은 예비귀농인을 위해선 ‘귀농인의 집’에서 단기 7일, 장기 3개월(월 10만원)까지 머물 수 있다.

이번 8차 투어에 합류한 라창식(73·전직 공무원) 예비귀농인은 “나이가 많아 별로 환영받지 못할 것이란 선입견이 강했다. 서천에 오닌까 자신감이 생긴다”며 “열심히 배워 나같은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귀협은 오는 12월 서천에서 ‘전국귀농인대회’를 준비 중이다.

애기똥풀꽃이란 닉네임의 안병현(54) 부회장은 “전국 최고의 상설귀농학교를 만들어 보고 싶다. 우리에겐 그런 의지와 노하우, 커리큘럼이 있다”며 “영농기술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귀농에 대한 열정과 인간적인 넉넉함. 이런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울려 서천의 귀농 1번지를 만들고 있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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