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연기하는 사람 - '고지전' '퀵'의 고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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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최근 고창석(42)은 최근 공중파 TV의 엄청난 위력을 실감하는 중이다. 조연, 조연, 단역 가리지 않고 지난 8년 동안 연기자로 활동해 온 그는 일요일 저녁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하며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연기자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요즘 길을 나서면 부쩍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났다. 후줄근한 트레이닝 복과 슬리퍼 차림으로 마을버스 타고 홍대 앞 유흥가에 술 먹으러 가는 것도 힘들어졌다. 지나가던 택시 운전사가 그를 알아보고 ‘1박2일’ 특유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예삿일이 됐다. 솔직히 얼떨떨하다. 몇몇 사람들이 그에게 ‘‘1박2일’이 연예인으로서 전환점이 되지 않겠냐’는 말도 제법 한다. 실제로 여러 방송사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로부터의 섭외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고창석의 심지는 굳다. 고창석은 대중이 자신을 ‘연기하는 사람’으로 봐주기만을 바란다.


'퀵' 고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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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석에 대한 관심은 TV를 넘어 한창 달아오른 여름 극장가까지 뻗어나갔다. 지난 20일 같이 개봉된 두 편의 한국 영화 ‘퀵’과 ‘고지전’에 고창석이 모두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화다’의 괴짜 영화 감독과 ‘의형제’의 코믹한 베트남 조직 보스로 출연하며 비로소 사람들에게 이름 석자를 알린 고창석이 두 영화를 연출한 장훈 감독의 신작 전쟁 영화 ‘고지전’에 출연한 것은 당연한 얘기였다. 놀랍게도 고창석의 ‘퀵’ 출연을 성사시킨 것은 장훈 감독이었다. 당초 고창석은 ‘고지전’ 촬영과 겹쳐 ‘퀵’의 출연을 고사했었지만, 고창석을 꼭 ‘퀵’에 출연시키고 싶었던 ‘퀵’의 윤제균 제작자는 일면식도 없던 장훈 감독에게 전화를 했다. 결국 장훈 감독의 배려로 고창석은 두 편의 여름 블록버스터에 모두 이름 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고창석은 두 영화의 홍보 기간이 정확히 겹쳐 개봉 전에는 잠이 안 올’ 정도로 걱정했지만, 지난 주말 개봉된 두 영화가 공히 ‘윈윈’하고 있는 지금 다시 평소 성격인 ‘만만디’로 돌아왔다.

'고지전' 고창석

'고지전' 고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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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과 ‘고지전’에서 고창석이 맡은 역할은 ‘영화는 영화다’나 ‘의형제’에서처럼 관객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는 자극적인 캐릭터도 아니며, 그가 주연으로 등장한 ‘혈투’나 ‘맨발의 꿈’ 혹은 ‘부산’처럼 비중이 높지도 않다. 고창석은 ‘퀵’에서는 사건 전개의 ‘브리핑’을 담당하는 서형사 역으로, ‘고지전’에서는 광기가 지배하는 전장에서 유일하게 ‘인간’의 냄새를 풍기는 평안도 출신의 양효삼 상사로 등장한다. 하지만 고창석은 프로페셔널이다. 고창석은 그에게 오는 모든 역할을 감사하게 여기며 언제나 최대치로 연기한다.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말인데,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역할은 없어요. 관객들은 석 달 동안 몸과 마음 다 바쳐서 찍은 ‘부산’이나 ‘맨발의 꿈’이 아닌, 촬영하는 데 딱 이틀 걸린 ‘의형제’나 ‘인사동 스캔들’로 고창석을 기억하잖아요.” 이 배우, 영리한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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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만해도 고창석은 자신이 전문 배우가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20대의 고창석은 낮에는 극단에서 탈춤과 사물놀이, 마당극을 했고, 밤에는 경남 양산에 있는 금속 공장과 음료수 공장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했다. 그러다가 불현듯 연기자에 대한 욕심이 마음 안에서 꿈틀거렸다. 스물 아홉의 늦은 나이에 그는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하며 인생의 승부수를 띠웠다. 모터쇼 이벤트 연출이나 ‘비아그라’ 신제품 발표회 등으로 돈을 벌며 고창석은 충무로의 영화 오디션은 다 보고 다녔다. 그렇게 ‘친절한 금자씨’의 권총 제작자가 그에게 왔고, ‘괴물’과 ‘야수’ ‘아이스케키’가 그를 따랐다. ‘감초 배우’ 고창석의 이미지는 그렇게 공고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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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석은 지금 행복하다. 하지만 그는 지나 보낸 삶도 모두 최선을 다했던 행복한 시절들이며, 돌아간다 해도 그때보다 더 열심히 살 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루 종일 빚 독촉 전화에 시달리다 밤에는 검은 수트 차림으로 영화제와 시상식 레드카펫에 등장해야 했던 게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그저 연기 걱정만 해도 되는 요즘은 그에게 있어 ‘파라다이스’다. ‘인생은 아름다워 Life is Beautiful’의 로베르토 베니니와 ‘빌리 엘리어트 Billy Elliott’의 엄격한 아버지를 최고로 꼽는 고창석은 자신에게 오는 역할이 크건 작건 조바심내지 않는다. ‘1박2일’ 동안 ‘반짝’ 연기하고 말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고창석은 멀고 넓게 본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_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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