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장애 절박함이 성공경영 동기부여 원천”
조서환 세라젬 뷰티앤헬스 대표
입에 풀칠하기 힘들어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지만 한쪽팔을 잃었다. 하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글로벌 기업 CEO자리까지 올랐다. 조서환 대표의 성공비결을 들어본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이런 면에서 나는 행운아인 것 같다.(웃음)” 평사원에서 글로벌 기업의 CEO가 되는 성공방정식을 묻자 조서환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식상하기 그지없는 대답이다.
우등생들이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라고 밝히는 공부의 비법과 다를 게 없다. 정말 특별한 방법은 없었던 걸까. 오른팔을 잃은 장애인이 어떻게 회사에 입사했고, 어떤 업무를 했을까. 그가 꽁꽁 숨겨뒀던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장영신 애경 회장과의 운명적 만남
“공짜로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곳은 육군사관학교였다. 칠갑산자락 아래 빈농의 아들, 10남매 중 5째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류탄 투척 훈련 중 사고가 났다. 머리 위에서 수류탄이 터졌다. 눈을 떠 보니 병원이었고 오른쪽 팔을 잃었다. 그렇게 의가사제대를 했다.”
조 대표는 눈앞이 캄캄했다. 오른손잡이였던 만큼 생활 자체가 힘들었다. 혼자서 밥을 먹거나 글을 쓸 수도 없는 노릇.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끼치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왼손으로 글쓰기 연습을 시작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리고 물었다. 사랑하느냐고.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영어를 워낙 좋아해 영어공부에 승부를 걸고 영문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대학 2학년 때 그 사람과 결혼해 현재까지 살고 있다.”
그러나 그가 기업에 취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오른팔을 잃은 장애인을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국가유공자 가산점제도가 있었지만 매번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는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애경그룹에 이력서를 냈다. 결과는? 면접 도중 퇴장통보를 받았다. “불행 중 다행인 게 얼굴에 수류탄 파편이 없다.
장애를 적지 않고 이력서를 냈고 잘 되나 싶었는데 여러 질문에 얘기를 했고, 면접관이 면접을 중단시키고 나가라고 했다. 팔이 없어 사회에서 받아주지 않는 아들을 데리러 아버지가 왔다.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그때 처음 봤다.”
아버지의 눈물을 본 순간 그는 면접실로 무작정 뛰어갔다. 문을 박차고 들어가 그동안의 설움을 하소연 했다. 합격을 시켜달라는 게 아니었다. 일을 하는데 신체적 장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음에 비슷한 사람이 왔을 때는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쏘아붙였다. 한바탕 떠들고 문밖으로 돌아설 때 누군가 그를 불렀다.
“후덕한 인상의 여자가 날 불렀다. 지금의 장영신 회장이다. 서류를 다시 들춰보더니 지금까지 한 말을 영어로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욱한 마음에 막 내뱉었던 말이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마음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영어로 다 했다. 장영신 회장은 나 혼자 뽑는 게 아니니 돌아가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합격 통보 전화를 받았다.”
조서환 대표와 애경그룹과의 인연이 시작된 순간이다. 힘들게 구한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열심히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조 대표가 그랬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은 뭐든지 최선을 다했다.
그에게 주어진 첫 업무는 외국 바이어를 마중 나가는 일이었다. 공항에서 피켓을 들고 바이어를 맞이하는 게 전부였다. 또 영문 서류 번역만 했다. 하찮은 일로 치자면 한없이 하찮은 일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무미건조한 업무의 반복으로 심신이 지쳐갈 때 그는 자신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중요한 손님을 맞고 있으니 내가 회사의 첫인상이다’ ‘모든 중요 서류는 내 손에 거처 만들어진다’ 등의 동기 부여다. 인생에 있어 세 번째 선택이다.
작은 변화였지만 업무 몰입도가 높아졌고, 마케팅 부서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첫 마케팅 업무 실전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샴푸와 린스가 결합된 하라노 샴프가 대박을 터트렸다. “당시 T사의 투웨이, L사의 랑데뷰가 먼저 출시 후발주자로서 넘기 힘든 벽을 갖고 있었다.
샴푸와 린스가 하나로란 문구를 다들 사용하고 있었는데 애경이 하나로란 이름을 특허청에 등록을 먼저 해버렸다. 이후 엄청난 히트상품이 됐다. 또 치약시장 공략을 위해 숫자를 도입해 의미를 부여한 2080치약을 선보여 성공을 거뒀다.”
한 손 골프가 맺어준 KT 이용경 전 회장과의 인연
입사 10년이 채 되기 전에 그는 마케팅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자신의 업무에 동기 부여를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대박 상품 제조기로 명성이 올라갈수록 기업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왔지만 자신을 알아준 애경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해외 헤드헌터사로부터 미국 바이얼사의 중역 제안을 받았다. 연봉 3배, 비서, 자동차 등 엄청난 혜택을 제공한다고 했다. 그의 나이 35세 때의 일이다.
돈보다 큰 시장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 흔쾌히 수락했다. 이후 바이얼사에서 뛰어난 능력을 눈여겨보던 경쟁사인 스위스 로슈사의 마케팅 중역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자리를 옮겼다. 로슈사로 옮긴 지 3년이 지났을까. 장영신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장영신 회장 : 4년이 되면 돌아온다고 했다. 와라.
조서환 대표 : 네.
장영신 회장의 말 한 마디에 그는 고민 없이 애경으로 복귀했다. 자신을 처음 알아봐준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특히 회사를 옮긴 뒤 더욱 열심히 업무에 매진했다. 글로벌 기업에서 실전감각을 통해 쌓은 경영노하우는 큰 힘이 됐다.
“처음 복귀 연봉이 전에 비해 1/3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당시 (애경그룹은) 115억원의 적자 상태였는데 이직 1년 만에 23억원 흑자를 거뒀다. 또 매년 50억원, 70억원, 100억원의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평생을 함께 할 것만 같았던 애경그룹과 인연은 장영신 회장이 정계 진출을 선언하며 막을 내린다. 그는 이후 KTF 마케팅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동통신 분야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겐 파격적인 자리다. 당시 이용경 회장이 직접 면접을 통해 조 대표를 뽑았다.
이용경 회장 : 이력서에 취미가 골프라고 돼 있는데
맞습니까?
조서환 대표 : 네, 맞습니다. 매주 골프 치러 갑니다.
이용경 회장 : 한 손밖에 없지 않습니까?
조서환 대표 : 네, 맞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습니다.
평균 87타 칩니다.
이용경 회장 : 저는 두 손 갖고 100타 칩니다. 허허허.
한 손으로 골프를, 그것도 87타를 칠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지독할 만큼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용경 회장은 조 대표의 그런 점을 높게 평가한 듯하다. 조 대표 KTF 재직 시절의 회상이다.
“이용경 회장이 누구인가. (경기고) 학생 시절 1학년에서 3학년으로 건너 뛴 수재 중에 수재다. 나중에 왜 뽑았냐고 물었더니 열정에 높은 점수를 줬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해 외부 인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용경 회장의 선택은 적중했다. 조 대표는 KTF 부사장으로서 아무도 생각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성과를 이끌어 냈다. 김미현 PGA 골프선수 후원이 대표적인 사례. 키가 작다는 이유로 기업들로부터 외면 받던 김미현 선수의 강한 의지만을 믿고 후원을 시작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조 대표의 강력한 건의로 이뤄졌고,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뒀다.
“내 삶의 모티베이터가 되라”
그는 현재 세라젬 뷰티앤헬스의 대표다. 지난해 12월 취임, 글로벌 기업인 세라젬그룹의 아시아 화장품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현지에서 직접 거주하며 경영전략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 오랜 습관처럼 굳어진 일에 대한 동기 부여를 통해 즐겁게 일 하는 만큼 매출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1월 첫 달 100만위안이었던 매출은 매달 200∼300% 가량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조 대표는 “7년 안에 1조원 매출을 목표로 뛰고 있다”고 했다.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조 대표. 그의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조서환 대표 말속에 숨은 경영철학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누구나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선택을 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한번 방향을 정했다면 최선을 다해라. 또 자신의 일에 가치를 부여하라. 성과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한 손으로도 골프를 칠 수 있다.
세상 일 중에서 안 되는 것은 없다. 힘든 일이 있을 뿐이다. 힘들다고 포기 해선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노력하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결국 '파업 할까봐' 웨이퍼 보관함까지 밖으로 꺼...
일어나자마자 웃어라, 아침에 웃는 웃음이 보약 중의 보약이다.
즐거움은 무엇을 하든 가장 큰 힘이 된다. 인상을 쓰고 아침을 시작하기보다 웃으며 하루를 시작하면 일이 술술 잘 풀린다. 즐거움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선물이 된다.
얼굴만 예뻐가지고…
직원이 실수를 할 때 큰 소리로 윽박지르기 보다는 다르게 접근하면 당초 생각했던 이상의 결과가 찾아온다. 서로 기분이 상하지 않을 뿐더러 상대방으로 하여금 잘못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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