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개 은행 ‘불합격’… 25억 유로 확충해야 = 유럽은행감독청(EBA)이 15일 밝힌 불합격 은행 명단에는 CAM·방코파스토르 등 스페인 은행 5곳, 그리스 은행 ATE와 유로뱅크EFG, 오스트리아 은행 폴크스방켄의 총 8곳이 올랐다. 모두 규모가 작은 소형 은행들이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8개 은행 이외에 16개 은행은 핵심 자기자본비율이 5~6% 분포도를 보여 간신히 기준을 ‘턱걸이’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스웨덴 SEB가 10.5%로 1위를 차지했고 스웨덴 노르데아, 네덜란드 ING, 영국 HSBC,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 등이 9.5~8.5%로 가장 재무건전성이 높은 최상위권을 형성했다. 특히 스페인 최대 은행 BBVA와 방코산탄데르, 이탈리아 최대 은행 인테사상파올로가 자기자본비율 9.2~8.4%로 최상위권에 포함됐다.
스트레스 테스트 발표로 유럽 은행권의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되면서 시장은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냈다. 15일 뉴욕증시는 다우(0.34%), S&P500(0.56%), 나스닥(0.98%)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고 유로화도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지난 금융위기 당시처럼 세계 금융시스템에 충격이 가해진 상황을 가정하고 각 은행들의 위기 대응 수준을 가상 측정하는 것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유럽 경제가 0.5%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주요 주가지수가 15% 하락하며 그리스 국채 10년물에 대한 액면가 25% 상각(Writedown)이 발생하는 등의 상황을 가정했다.
당초 금융가에서는 테스트 불합격 판정을 받게 될 은행이 20여개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탈락 은행들이 추가로 마련해야 할 자본이 최소 10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로 테스트 불합격 판정을 받은 은행 수는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으며 8개 은행이 추가로 마련해야 할 자본 규모는 예상치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직전인 그리스 국채를 많이 보유한 영국, 프랑스, 독일 은행들도 모두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디폴트가 사실상 불가피함을 감안할 때 최대 50%까지 예상되는 그리스 국채 손실률 예상치에 못미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가 단행됐을 경우 핵심 자기자본비율이 5~6% 분포도를 보여 간신히 기준을 통과한 16개 은행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EBA “투명성 높였다” = EBA는 이번 테스트가 까다롭게 시행되지 못한 점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평가의 투명성을 높였으며, 결과 발표로 유럽 은행권에 대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올해는 지난해 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테스트에서 은행들은 149건 항목에 대한 데이터 공개를 요구 받았지만 올해는 개별 은행 보유 국채의 만기와 규모 뿐 아니라 자본의 질, 향후 2년간 수익 전망 등을 포함해 모두 3200개 항목에 대한 데이터가 공개됐다.
올해 1~4월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자본확충에 나서 600억유로를 조달한 결과 상당수가 불합격 판정을 면할 수 있었으며, 만약 지난해 말까지를 기준으로 테스트를 실시했을 경우 20개 은행이 268억유로의 자본 부족으로 불합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선미 기자 psm82@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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