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中企 "숟가락 놓을 판인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원자재값 뛰고 내수는 침체, 만들수록 손해
정부 동반성장에만 신경, 현장선 소외감

원자재 물가지수와 중기업황전망 지수

원자재 물가지수와 중기업황전망 지수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최대열 기자, 이승종 기자] #안산에 있는 원피가공업체 A사는 최근 공장을 거의 돌리지 못하고 있다. 양가죽 수입가가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오르고, 가공원료의 가격도 대부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문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원가가 비싸졌다고 납품가를 올려 달라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라며 "만들수록 손해만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에 있는 가구업체 B사 사장은 "거래하던 공공기관이 예산을 아예 없앤 데다 그나마 남은 수요도 대기업이 가져가고 있어 당장 올해를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악성재고가 가장 큰 문제다. 경기가 나쁠 것 같아 올 초 생산계획을 줄여 잡았는데도 주문량이 턱없이 부족, 재고가 쌓이고 있다.
중소기업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반기도 부정적 전망 일색이다. 원자재 값 고공행진과 침체된 내수경기 탓이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것도 문제다. 모두의 관심이 '동반성장'에 쏠리면서 현장의 소외감은 커져만 간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일본지진으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곤 하반기에도 업황이 크게 나아지진 않을 것"이라며 "특히 영세 사업자 등 내수가 중심인 곳은 그 정도가 더 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내수침체…살아날 구멍이 없다=수년 째 이어지는 원자재 값 고공행진은 중소기업을 옥죄는 주범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원자재 물가지수는 1년 만에 14% 뛰었다. 유동성이 넉넉지 않은 중소기업으로선 원자재 지출이 높아질수록 생산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개별 항목으로 들어갈 경우 체감 상승폭은 더 커진다. 예컨대 골판지 원재료인 폐지 값은 지난해 4월 톤당 18만원에서 최근 25만원까지 38.8%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값을 납품단가에 연동시키지 못하면 조합 차원에서 단가 조정권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열리지 않는 지갑도 발목을 잡는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3.6%를 기점으로 올 1분기까지 연이어 하락세다. 어렵게 물건을 만들어도 예전만큼 팔리지 않는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7월 중소기업 경기전망 지수가 기준치(100)에도 못 미치는 93.6으로 나타난 배경이다.

원자재값 상승과 내수침체의 고충은 특히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기업실적지수에 따르면 소기업(5~49인)과 중기업(50~299인)의 6월 실적지수는 각각 86.2, 96.3을 기록했다.

홍성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생산비 부담이 늘었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소득이 악화돼 중소기업 서비스 경기는 실제 예상보다 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동반성장도 좋지만…=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도 문제해결을 위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해외 원자재 가격을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데다 얼어붙은 내수시장을 단기적으로 풀 수 있는 방안이 숙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이 속시원히 사정을 호소할 수 없는 것도 그래서다.

중소기업계의 화두가 '동반성장'이라지만 현장에선 뜬구름 잡는 소리일 뿐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섬유제품을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원자재 수급과 같이 당장 피부로 느끼는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뒷짐 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FTA)가 발효되기 직전, 부랴부랴 중소기업 지원책을 내놓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장갑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만드는 제품 특성상 대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일이 없다"며 "동반성장이 중요한 일이긴 하나 우리처럼 대기업과 직접 거래하지 않는 중소기업이 훨씬 많은 만큼 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최대열 기자 dychoi@
이승종 기자 hanarum@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외국인환대행사, 행운을 잡아라 영풍 장녀, 13억에 영풍문고 개인 최대주주 됐다 "1500명? 2000명?"…의대 증원 수험생 유불리에도 영향

    #국내이슈

  • "화웨이, 하버드 등 美대학 연구자금 비밀리 지원" 이재용, 바티칸서 교황 만났다…'삼성 전광판' 답례 차원인 듯 피벗 지연예고에도 "금리 인상 없을 것"…예상보다 '비둘기' 파월(종합)

    #해외이슈

  • [포토] '공중 곡예' [포토] 우아한 '날갯짓' [포토] 연휴 앞두고 '해외로!'

    #포토PICK

  •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美 달린다…5대 추가 수주 현대차, 美 하이브리드 月 판매 1만대 돌파 고유가시대엔 하이브리드…르노 '아르카나' 인기

    #CAR라이프

  •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