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부업자만 키워내는 셈
저신용자 금융피해 갈수록 늘어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대부업체 자진 폐업 신고가 급증하는 것은 정부의 법정 최고 이자율 제한조치에 대한 반발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02년 대부업법 도입 당시 연 66%까지 받을 수 있었던 이자가 현재 연 39%까지 떨어지는 등 수익성이 급락하면서 운영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등록증을 반납하고 다시 지하로 숨어드는 대부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저신용등급 서민들이 법 테두리 안에서 돈을 융통할 수 있는 길이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민들의 고리대 폐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가 불법 대부업체를 다시 양산시키는 풍선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 정부가 불법 사채 금리에 대한 처벌 강화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다시 지하로 들어가는 대부업 = 최고이자율 인하로 인해 수익이 줄자 등록증을 반납하고 불법 사채로 전환하고 대부업체가 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100원을 빌려주고 매년 66원의 이자를 챙길 수 있었지만, 현재는 39원의 이자만 챙길 수 있다. 여기에 연 12%에 달하는 조달금리와 떼일 위험 등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의 제시한 법정 최고 이자만으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2007년말 1만8500개에 달하던 등록 대부업체는 5월말 현재 1만3800개로 3년새 4700개나 자진 폐업했다. 자진 폐업한 업체 중 어느 정도가 지하경제로 스며들었는지는 파악되지 않지만 상당수가 불법사채놀이를 하고 있을 것으로 금융권은 추정하고 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금융감독원 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민원 건수가 이를 입증한다. 2007년 3421건에 불과했던 민원은 지난해 1만3528건으로 3년새 무려 4배 증가했다.

이재선 대부금융협회 사무총장은 "최고이자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짐에 따라 규모가 작은 회사들이 자진 폐업하는 등 음성화되는 경향이 있고 또 이는 그대로 서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불법사채는 최소 2만개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불법 대부업체 처벌 강화 실효성은 = 금융권은 27일 통과된 개인간 이자제한법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불법 사채로 인해 서민경제가 파탄에 이를 수 있는 만큼 개인간 금전거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자율 제한을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벌칙 조항도 포함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상징적인 의미 이외에 불법 사채를 막는 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재수없이 걸리면 벌금만 내면 되지'라는 인식이 불법사채 업계에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업법 위반은 대부분 약식기소된 뒤 벌금으로 몇 백만원만 부과받는 일이 많아 불법 사채를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솜방망이 처벌에 불만을 표시했다.


양석승 대부협회장은 "불법사채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금융당국과 협의해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협회는 대부업피해신고센터를 확대 운영하고 불법 중개수수료 반환 활동을 추진하는 등 불법사채 신고 포상금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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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홍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대부업체에 대한 최고이자율을 인하하면서 암시장을 키웠다"며 "일방적인 금리인하는 대부업체의 경쟁력 상실과 시장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어 등록 대부업자가 음성화되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 등 구체적인 방안을 통해 불법사채업자를 양산하고 서민피해를 키우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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