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21일 오전 8시 30분,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앞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100여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 이들은 일명 ‘반값 쇠고기’를 사러온 사람들이다.


“일찍 나와서 줄을 서지 않으면 쇠고기 냄새만 맡고 돌아가야 해요. 반값이라면 이정도 수고는 감수해야죠”

서초동에서 온 이미아 주부는 먼 길이 수고롭지 않다고 했다. 쇠고기를, 그것도 한우를 돼지고기의 반값에 살 수 있다면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있는 28개 농협 하나로클럽에서는 지난 11일부터 한우 불고기와 국거리를 100g 당 1690원에 판매하고 있다. 태성환 농협유통 마케팅부 계장은 “구제역 이후 한우 소비가 침체되면서 축산 농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한우 농가를 돕고 높은 물가로 힘들어하는 서민들을 위해 이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가격이면 돼지고기(100g당 약 2500원)보다도 훨씬 싸다. 물가가 올라 돼지고기도 먹지 못하는 마당에 이보다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냐?”


상일동에서 왔다는 김진희 씨는 아이들에게 쇠고기를 배불리 먹일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그러나 반값 쇠고기의 인기가 워낙 좋다보니 1인당 단 2팩(2kg)만 살 수 있다. 한 달간 나눠 팔 한우 물량은 200t, 4만마리 분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삼겹살 가격이 쇠고기를 추월하는 등 돼지고기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돼지고기 수요를 쇠고기로 돌리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구제역 이후 파리만 날리던 쇠고기 코너가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걸 보면 기획은 성공한 셈이다. 특히 중상류층으로 여겨지는 강남사람들까지 농협 하나로마트에 줄을 서고 있는 걸 보면 반값 쇠고기의 인기를 실감하게 된다.


반면 돼지고기는 찬밥 신세다. 김수민 씨는 “사실 쇠고기보다 돼지고기를 더 좋아하는 데 비싸서 못 사먹고 있다”면서 “쇠고기 반값 행사까지 열려 쇠고기에 입맛을 들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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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할인 행사가 수도권에서만 진행되다 보니 지방 주민들까지 찾아오고 있다. 대전에서 서울로 딸애 집에 찾아왔다가 이번 행사를 접하게 됐다는 김남순 씨는 “이런 좋은 행사를 왜 서울에서만 진행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수도권에 살 지 않는 사람은 입이 없는 줄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쇠고기의 인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태 계장은 “쇠고기 매출은 과일 가격과 정반대로 움직인다”면서 “올 추석 과일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선물로 쇠고기를 찾는 고객들이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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