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최근 은행권에서 웃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신한금융이 경쟁사인 국민은행 점포에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신한금융 계열인 신한생명은 최근 국민은행 지점에 설치된 자동화기기(ATMㆍCD) 옆에 무료 영화관람권을 쌓아놓고 판촉활동을 벌였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고객들을 초청해 무료로 영화를 보여준 뒤 재테크설명회를 열어 상품을 설명하는 전략이다. 경쟁 은행의 고객을 뺏기 위한 노골적인 판촉인데 은행원들은 "사랑과 영업에는 국경이 없다"는 통설이 은행권에 확산된 지 이미 오래라고 자조하고 있다. 더 재밌는 건 인근 신한은행 자동화코너에는 문제의 무료 관람권이 비치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기 실적에 연연하다 보면 더 크고 중요한 것을 잃기 마련이다. 지난해 말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무엇보다 직원들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 은행 간 경쟁은 단기간의 승부가 아닌 장기전이다. '1등ㆍ100년 은행'으로 나아가려면 전 직원이 우리 조직을 내 몸같이 사랑할 수 있도록 '삶의 질'부터 높여가야 한다." 다른 시중은행장들은 조 행장의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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